전세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사고 금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건수)은 지난달 554억원(259건)으로,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최다치를 기록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으며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이 상품의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천442억원, 지난해 4천682억원으로 폭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7개월 동안 3천66억원에 이르렀다.
연간 사고액이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해의 7월까지 발생한 금액(2천957억원)보다 109억원 많은 수치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HUG가 공적 재원으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위변제액도 늘고 있다.
HUG의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천836억원, 지난해 4천41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 5월 414억원, 6월 441억원, 7월 472억원 등으로 매달 늘어 누적액이 2천611억원에 달한다.
특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반복해서 내는 악성 임대인들로부터 발생하는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 측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중복사고 발생 임대인 순위` 자료를 토대로 사고액이 100억원이 넘는 임대사업자가 모두 7명이라고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이모 씨는 세입자 283명에게 전세보증금 574억4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제도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빌라 분양업자·중개업자와 짠 뒤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세입자를 끌어들여 보증금을 밑천 삼아 갭투자 하는 방식으로 다세대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들 악성 임대인 상당수가 현재 잠적한 상황이다.
사고 건수가 많은 악성 임대인 상위 31명 가운데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고 변제액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율이 0%대인 사례는 15건으로 집계됐다.
HUG는 보증금 상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의 보유 주택을 경매에 부치고, 이들 주택에서 나오는 수익을 변제에 충당하는 강제관리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회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7·10대책을 발표하면서 등록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임대주택의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만 지난해 8월 18일부터 적용됐고, 기존 임대사업자는 오는 18일부터 적용된다.
18일 이후 악성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세입자 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가장 큰 문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사실상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HUG 관계자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는 경우 가입할 수 없다"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 전세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