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악용하는 '의료쇼핑'도 손해율 영향
전문가 "일정 부분 비급여 수가 공개해야"
실손의료보험 논란,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실손보험 판매를 놓고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이유가 결국 높은 손해율, 돈이 안 되는 적자 상품이기 때문이란 건데요. 계속해서 적자가 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 손해율이 100%를 넘는 것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보험사들은 주된 적자의 원인으로 `과잉진료`를 꼽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요, 실손보험금이 청구된 수술 사례 통계를 보면 1위가 백내장수술이었습니다. 실제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죠. 저희가 지난 번 이슈에서 다루기도 했던 부분인데요. 백내장수술을 하면서 시력교정 목적으로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삽입을 병행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냐, 바로 고가의 가격입니다.
백내장수술은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인데, 검사비용만 약 60만 원, 다초점렌즈 삽입은 약 2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백내장수술의 검사항목을 급여화시킵니다.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실손보험금 청구액은 줄어야겠죠. 그런데 어떤 현상이 발생하느냐, 병원에서 가격을 조정합니다. 급여화된 백내장 검사비는 2만 원대로 크게 줄이고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평균 가격은 약 400만 원까지 2배로 뜁니다.
<앵커>
나라에서 보장해주는 항목인 검사비가 저렴해지고, 비급여 수술비가 올랐다면 사실상 전체적인 실손보험금 규모는 줄지 않은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자 비급여 부분의 가격이 오르는 일명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물론 모든 병원이 이렇게 가격을 조정하진 않았겠지만 보험연구원의 최근 실손보험 청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실제 다초점렌즈 평균 가격이 건강보험 보장이 강화된 시점에 크게 올랐습니다. 이런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실손보험 손해율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입니다.
백내장수술 외에도 비급여 항목인 미용목적의 주사제나 과도한 도수치료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면 "실손 있으시죠?"란 질문을 자주 받게 되는데, 실손으로 보장받으면 된다는 이유로 암암리에 과잉진료가 더해진다는 지적입니다. 백옥주사나 태반주사 등 미용 목적의 주사들 들어보셨죠? 감기몸살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피부미용 목적으로 이런 비급여 주사제를 같이 끼워 맞는 등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앵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보험금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네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문제가 100% 병원 책임이라고 하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악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죠. 병원에서 마음먹고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고가의 비급여 항목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가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혹시 `의료쇼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가입자가 실손보험으로 쇼핑을 하는 겁니다. 제가 사례를 몇 가지 받아봤는데요. 위염이나 두통 등의 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가서 영양제 주사를 맞는 사례, 통원치료를 1년 동안 800회 이상 하신 분도 있었고요.
정말 흥미로웠던 사례 중 하나는 실손보험으로 보장이 되는 처방약들이 있는데요, 이를 수십개 처방받아서 구매한 뒤 실손보험금을 받고, 중고마켓에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손보험 가입자 중 `난 건강해서 병원 진료 한 번도 안받았는데 보험료만 오른다`고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사례입니다.
사실 진료 중 어느 부분까지는 인정하고, 이 이상은 과잉진료다, 기준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논란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병원이나 가입자들이 이를 고의로 악용해선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실손보험 악용이 중고거래까지 이어진다니 놀랍습니다. 이렇게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그래도 실손보험 계속 팔아라" 이렇게 권고하고 있는 건데, 해결방안은 없는 건가요?
<기자>
실손보험은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가입한 보험이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립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부분을 책임져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당국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라고 권고하고 있는 건데요.
여기에 하나 더. `보험료가 비싸다`, `병원 한 번도 안 갔는데 왜 보험료가 오르냐` 등 민원이 속출하자 정부가 야심차게 치료 받은 만큼만 내도록 상품을 개편해서 현재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 중입니다. 기본 보험료가 개편 전 상품들보다 저렴하긴 한데, 병원에 조금만 가도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실제 판매율은 저조하다고 합니다. 당국 입장에선 야심작에 `실패작`이란 꼬리표를 붙이고 싶지 않겠죠.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도 적자를 내는 상품을 계속해서 팔 수는 없고, 이렇다보니 손해율 개선방안이 화두로 떠오른 겁니다. 전문가들은 보험업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고,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관련해선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 : 비급여가 의료기관의 자율영역이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해외에서 본다면 비급여 수가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가를 낼 경우에는 민영의료보험 가입자가 왔을 때 설명을 한다던지, 보험회사에 사전에 높은 비급여 수가를 매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을 하는 등 체계가 필요한 것이죠. 비급여 수가나 진료량에 대해서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비용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의료계와 민간 보험사와의 협력이 불가피해 보이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 정치경제부 장슬기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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