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월세 사세요" 주담대는 '중단' 월세는 '무이자'

전효성 기자

입력 2021-08-24 13:59   수정 2021-08-24 14:06

가계대출 1,800조원 돌파
은행권 주담대·전세대출 '중단'
정부·여당 "청년 월세 대출은 무이자"
전문가 "임차인 부담 높은 월세…주거 사다리 회복해야"
부동산 관련 대출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금지된 반면, 청년층 월세는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정책이 공개되며 세대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매매·전세를 통제하고 월세살이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사상 초유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단…전세대출 약정도 `불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단은 NH농협은행에서 시작됐다. 예정 기간은 8월 24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로, 이 기간 전세대출 신규·재약정도 함께 중단된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SC제일은행과 우리은행도 일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하는 수순이다.

시중은행의 주담대·전세대출 전면 중단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선 부동산 대책에서 LTV를 주택 가격에 따라 낮춘 적은 있었지만 일괄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통제한 적은 없었다.

부동산 대출 중단 소식에 해당 은행에서 대출을 활용하려했던 실수요층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존에 계약을 맺은 집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대출이 중단되며 목돈 마련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를 내놓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언제까지 대출 신청을 해야하냐", "NH농협은행 외에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대출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전세 시대 끝나나…"임차인 월세 부담 증가"

부동산 업계에서는 부동산 대출 규제가 전세→월세 전환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수년간 전세금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그나마 넉넉했던 전세대출까지 막힌다면 임차인의 최종 선택지는 월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막게 되면 무주택자와 실수요자가 예상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어서 가장 큰 타격이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규제를 하더라도 실수요자나 무주택자에게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대차 거래 중 월세를 포함한 거래는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다. 2019년 8월~2020년 7월까지 월세 거래 비율은 28.1% 수준이었으나,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최근 1년은 월세 비율이 34.9%를 차지했다. 만약 전세 대출 중단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는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대출까지 막는다면 월세 전환율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월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서 임대시장의 부담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월세는 `무이자` 대출…임대주택 21만호 약속

24일 정부와 여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다루는 당정협의회에서 `청년층 무이자 월세 대출`을 주거 대책으로 제시했다.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자 월세를 무이자로 지원해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잡겠다는 취지다.

이날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청년 일자리와 주거, 자산형성, 생활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청년종합대책에 2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소득 5천만원 이하 청년에게 무이자 월세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돌아갈 21만호의 임대주택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정책 방향은 청년층 눈높이와는 어긋나 있다는 분석이다. 어떻게든 내 집을 갖고싶어하지, 무이자 월세 지원이나 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통제하고, 월세 대출은 무이자로 지원한다는 점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 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을 바라본 청년층 입장에선 어떻게든 내집 마련이 최우선 목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매매로 넘어갈 수 있는 사다리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월세 정책은 청년층을 월세로 남아있도록 종용하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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