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도 막혔다"…실수요자 울리는 대출 규제

전효성 기자

입력 2021-09-07 17:34   수정 2021-09-07 17:35

    청약시장 후폭풍으로 돌아온 부동산 규제
    12·16 대책 LTV규제 > 분양 잔금 대출 불가
    소득 적어야 가능한 공공분양인데도 100% 현금 필요
    거주의무기간 도입 > 전세자금 활용한 잔금 납부 불가
    <앵커>

    최근 수년간 분양시장은 `로또 분양`을 앞세워 역대급 활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대출 규제로 인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현금 부자`만 누릴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가 불러온 부작용, 전효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과천에서 분양한 `린 파밀리에`

    분양가격이 8억원(84㎡)을 넘겼지만 주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해 최고 2,534대 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분양`인데, 모두가 웃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분양가는 9억원 미만이라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만, 입주시에는 주변 시세가 15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주택담보대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12·16 대책이 불러온 후폭풍입니다.

    당시 정부는 주택 매수수요를 낮추기 위해 가격대 별로 LTV를 다르게 하는 사상 초유의 대출 규제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집값이 끊임없이 오르며 청약 대출마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과천에서의 분양이 `공공분양`인데다 `신혼희망타운`까지 포함돼있다는 점입니다.

    LH, SH 등이 주도하는 공공분양은 청약자의 자산, 소득, 자동차 가액까지 평가해 청약 자격을 부여합니다.

    소득이 낮고 자산이 적어야 청약을 받을 수 있는 건데, 이 상황에서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로또 분양은 현금 부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대현 / 30대 직장인: 소득이랑 자산기준을 낮게 정해두고서 주담대는 안 된다고 하는건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사람들만 청약이 가능한 구조가 아닌지…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더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생각하고요…]

    `거주 의무 기간` 규제도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서민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보통 새 아파트의 잔금을 치를 여력이 부족한 경우 입주와 동시에 세입자를 들여 분양 잔금을 내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입주와 함께 늘어나는 전세 매물은 주변 지역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도권 모든 공공분양에는 거주 의무 기간이 도입됐고, 입주와 함께 세입자를 들이는 게 불가능해졌습니다.

    대출과 전세가 막힌 상황에서 높아진 분양가를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사람만 청약 도전이 가능한 겁니다.

    더 이상 청약이 서민의 내집 마련 창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진형 /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 대출을 막게 되면 결국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이 예상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이 온다…]

    정부의 섣부른 부동산 규제가 청약 시장에 후폭풍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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