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충분" "집값 원상복구"…정부의 부동산 가짜뉴스

전효성 기자

입력 2021-09-10 14:34   수정 2021-09-10 19:15

최근 여당은 언론사의 조작·허위보도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보상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날이 갈 수록 늘어나는 이른바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수년 간 부동산 기사는 경제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기사 중 하나였다. 집값이 오르며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언급할 때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4년, `가짜뉴스`로 전락한 정부의 메시지를 짚어본다.

● `최장수 국토장관` 김현미 "서울 아파트값 3년간 +14.3%"

정부와 국민의 눈높이가 엇갈리기 시작한 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가`였다. 지난해 7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현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11%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위에서도 "서울 아파트는 14.3%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3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4%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서울 집값이 폭등한 건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다. 서울 집값이 14%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민간 통계는 집값 상승률이 3년간 40%를 웃돈다고 밝혔다. KB주택가격 통계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년간 52%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3년간 45.5%였다. `현실 파악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정책 실패는 예견된 것`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까지 장관직을 유지했고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에 이름을 올렸다.11·19 대책 당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호승 靑 정책실장 "韓 집값 상승률 5.4%…OECD 평균 밑돌아"

정책 관계자의 부동산 관련 실언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지난해 OECD 평균 집값 상승률이 7.7%다. 한국은 5.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발행한 `OECD 부동산 통계지도`를 참고했다.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집값 상승폭이 지난해부터 더 커졌는데, 우리나라 집값이 비교국에 비해 덜 올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실장이 인용한 OECD 부동산 통계지도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정부가 OECD에 제공했고, 이를 국토연구원이 취합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민간 통계(KB주택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16.4%였다. OECD의 두 배를 넘는 상승률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은 통계 신뢰성을 높이고자 주택 표본을 대거 늘렸다. 통계 표본을 확대한 직후 수도권 아파트 값은 9억 2,812만원(6월)에서 한달 만에 19.5% 뛴 11억 930만원을 기록했다. 민간 통계에 근접하게 됐다. 정부가 OECD에 제공한 자료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한국부동산원이 공동주택 통계 표본 수를 늘린 이후 7월 서울 빌라 가격은 한달 새 28%가 올랐다. 자료=다방.● "공급 충분" →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 "공급 확대 총력"

주택 공급에 대한 인식도 계속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 공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주택 공급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다.

2019년 6월 국토부는 "2018~2022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은 연 평균 4만 3천호로, 10년간 평균 공급 물량(3.3만호)보다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현미 전 장관은 "서울에서 연 4만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며 "공급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입장을 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불러 `공급 확대`를 지시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지금 와서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공급할 수 없다)"며 "다세대나 빌라 등을 질 좋은 품질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변창흠 전 장관과 노형욱 장관은 주택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8·4 대책, 2·4 대책, 사전청약, 추가 택지 등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 정부에서 예고한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현 정부) 초반에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때 미래를 대비해서 하지 않은 것들이 지금 공급 부족을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급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3기 신도시와 8.4 대책, 2.4 대책 등을 합하면 200만호 이상 주택공급을 약속했다.● "집값 원상복구" "지금 집값 고평가"

정부의 부동산 가짜뉴스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책 관계자들이 `지금의 집값은 고점`이라며 경고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8주 연속 최고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5주 연속 상승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역대 하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부동산 안정화 의지가 확고하다. 부동산 안정화의 뜻은 가격 인상 제어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원상 복귀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제 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7개월이다.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집값 고점` 경고와 `집값 원상 복구` 발언이 가짜뉴스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공급 정책과 수요 억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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