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지하철역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는 어김없이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단지 부업을 하는 분들은 전단지가 수북이 쌓인 가방을 멀찌감치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꺼내서 한장씩 나눠주곤 하는데요. 그냥 지나치는 사람, 받아가는 사람, 그리고 받아서 버리는 사람 등 반응도 제각각입니다.
한때는 10대와 20대 등 젊은층의 전유물이었던 전단지 배포 알바. 하지만 최근에는 전단지 배포 부업에 도전하는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제한이 없고,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소일거리로 제격이기 때문인데요. 과연 현실은 어땠을까요. 저희 <월급이 모자라>가 직접 도전해봤습니다.
● 2시간에 2만 3,000원…부업, 어떻게 구하나
전단지 부업을 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알바몬이나 부업나라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렵지 않게 전단지 배포 알바를 구하는 글들을 찾을 수 있는데요. 저희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부업을 구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전단지 배포를 하고 있던 50대 A씨에게 직접 부업 알선을 제안한 건데요. A씨에게는 함께 전단지 부업을 하는 동료들, 이른바 `전단지팀`이 있었습니다. A씨는 저희에게 "알음알음 주변 연줄로 전단지 배포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해 줬습니다.
일감인 전단지는 어떻게 전달 받을까.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은 사전에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합니다. 그리고 은밀하게 접선을 하게 되는데요. 이날 제게는 행주가 들어있는 전단지 300매를 2시간 안에 돌려야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부동산 분양을 홍보하는 전단지였고, 행주 등의 생필품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춥거나 더운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전단지를 받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단지와 함께 포장이 됐던 공짜 행주도 별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전단지를 받는 사람은 열명 가운데 두 세명 뿐. 대부분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막아서고 전단지를 건네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죠. 이번 부업을 하면서 자주 마주치던 전단지를 돌리던 분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받는 입장일 때는 어차피 버릴 거라 여겨서 받지 않았지만 반대의 입장이 돼 보니 전단지를 받아주는 거 자체가 어찌나 고맙게 느껴지던지요.
● 길거리에서 전단지 배포…`불법`일 수 있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뿌려지는 전단지가 불법일 수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전단지를 배포하려면 구청에 신고를 마쳐야 합니다. 이후 도장을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배포해야 하는데요. 전단지 정비 권한은 각 자치구의 장에게 있습니다. 자치구 별로 조례를 만들어서 과태료 기준을 정해뒀습니다. 전단지를 불법으로 배포하게 되면 크기에 따라 장당 5,000원에서 많게는 5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불법 전단지는 곳곳을 쓰레기로 만드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제게서 전단지를 받은 사람들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공 쓰레기통에 전단지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또 전단지를 버려서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거나 전단지를 전봇대에 뗏다 붙였다 했던 흔적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죠. 오토바이를 타거나 길을 걸으면서 전단지를 뿌리는 등 전단지 배포 행위가 치밀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노인이라면 `수거보상제`로도 부업 가능해
현재 자치구 별로 `수거보상제`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거보상제는 길거리의 불법 전단지를 주민이 수거해오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제도입니다. 현수막이나 벽보, 전단지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요. 전단지의 경우 장당 10~30원을 보상해주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들과 국민기초 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대상인데 노인들의 지원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불법 전단지의 양이 많아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합니다.
"전단지 300매를 2시간 안에 돌려서 2만 3,000원을 받는 부업. 시급은 만원이 넘었습니다만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 자체가 대면업무다 보니까 코로나19 시국에 꺼려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반말로 무시를 당하거나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괜스레 위축됐는데요. 아무래도 이번 전단지 부업은 `육체노동`을 빙자한, 마음에 상처를 받는 대가로 돈을 버는 `감정노동`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지효 기자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전단지 배포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17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ACZ3u8B9F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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