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1주기(10월 25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 미래비전에 관한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지난 1년간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수감생활로 인해 삼성전자 `오너 경영자`로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올해 초 `뉴삼성`을 예고했지만, 그 직후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면서 뜻을 펼치지 못했다.
광복절 직전인 지난 8월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등을 의식한 듯 그간 제한적 행보를 보여왔다.
가석방 당일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그간 밀린 경영 현안을 보고 받았지만 지난달 14일 정부 공식 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향후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앞으로 뉴삼성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먼저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3개 TF를 아우르는 `통합 콘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용역은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으로, 삼성은 BCG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지주사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이 깊이 있게 검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총수 부재로 인해 주요 결정이 지연되면서 2017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도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이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이 부회장 가석방 출소 직후인 지난 8월 말 미래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5G 차세대 통신, AI,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내달께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내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주 테일러시 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함에 따라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두 번째인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도 주목된다. 연말께 발표될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는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이건희 시대 이후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과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는 등 일부 진전을 이뤄냈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삼성에 회장 직급은 1년째 공석 상태로 남아있다. 총수인 이 부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등 2명만이 삼성에서 부회장 직급을 달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 취업제한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더 지금처럼 부회장 타이틀로 그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오는 26일로 다가온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1심 선고와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 역시 일정 부분 이 부회장의 조기 승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