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준비한 주제가 또 있죠?
<기자>
네, 이번에는 복잡한 반도체 이야기로 머리가 아프셨을 분들을 위해 말랑말랑한 이슈로 준비해봤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탄소중립과 관련한 이야기인데요.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들리시나요?
<앵커>
석유로 먹고 사는 나라가 탄소중립을 하겠다?
앞으로 석유를 안만든다는 건가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지 모르겠네요.
<기자>
그렇죠. 저도 그부분이 궁금해서 알아봤는데요.
사우디의 탄소중립은 곧 석유생산 감축으로 이어지느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럴 일은 없어보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도 화석연료 감축 혹은 퇴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의사 밝혔습니다.
"섣부른 정책 전환은 오히려 가격 폭등과 연료 부족 현상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앵커>
그러면 석유생산은 계속 하면서 탄소배출은 어떻게 제로로 만든다는 걸까요?
<기자>
탄소배출을 아예 안하겠다는 건 아니구요.
바로 탄소배출량을 상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통해서 ‘순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환경을 오염시킨 만큼 보전하는 일도 하겠다 이런 건가요?
먹은 만큼 운동할 게 이런 말 같기도 한데, 아예 안하는 것보단 낫겠네요.
뭘로 상쇄를 하겠다는 계획이죠?
<기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나무심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나무 4억5천만 그루 심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탄소 포획·저장기술, 신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등이 거론되는데요.
특히 탄소포획·저장기술의 경우에는 빌게이츠, 제프 베조스, 일론머스크 등 세계적인 부호들이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고요.
<앵커>
탄소포획 저장기술이 뭐에요?
<기자>
대기 중에 있는 탄소만 따로 모아서 지하에 저장해놓거나 아니면 이걸 재활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집한 탄소는 석유 시추 공정에 효율성을 높이는 데 쓰인다고 하는데요.
탄소를 주입하면 일반적인 방법보다 30~60% 더 많은 석유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탄소포집을 해서 석유를 더 생산하면 오히려 역효과 아닌가요?
<기자>
사실 그런 지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묻는다는 게 획기적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또 전력을 어마어마하게 써야 하거든요.
뿐만아니라 탄소가 기체다보니 묻었다 한들 다시 지상으로 새어나오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나무 심는 건 어때요?
4억5천만 그루를 심는다는 게 얼마나 되는 건지 가늠이 잘 안되는데요.
<기자>
그래서 제가 몇가지 데이터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는데요.
우선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에 배출하는 탄소량이 2018년 기준 6억2300만톤입니다.
그리고 30년생 나무 기준 한그루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대략 10kg으로 잡아볼 수 있는데요.
오직 나무로 탄소배출량을 상쇄시키겠다 라고 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623억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밝힌 계획은 2030년까지 4억5천만그루거든요.
효과는 굉장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
<앵커>
사우디의 탄소중립 선언은 정말 말그대로 선언에 불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거네요?
<기자>
그렇죠.
다음달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COP26이 열리는데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발표하게 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언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진 것이긴 한데, 정리하자면 첫째, 탄소중립이라고 말해도 석유생산은 지장이 없다.
그러니까 소는 누가 키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둘째, 탄소중립이라는 계획도 아직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라고 마무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도 신박한 이야기들 잘 들었습니다.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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