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메타버스`(Metaverse)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며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이 회사가 공상과학소설(SF) 속 세계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CNBC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장밋빛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메타버스는 `Meta`(초월적)란 접두사와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융합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로, 현실세계의 확장으로서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벌어지는 방대한 온라인 공간을 가리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다음 세대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명 변경이 "인터넷의 다음 챕터의 시작이자 우리 회사의 다음 챕터"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2015년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한 조치와 여러 면에서 포개진다.
구글은 당시 자율주행·드론·불로장생 등 다양한 미래 지향적 사업에 도전하겠다며 알파벳이란 우산을 만들고 그 밑에 구글과 각종 도전적 프로젝트인 일명 `아더 벳츠`를 두는 조직 개편을 했다.
구글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으로 아더 벳츠에 투자한다는 구상이었다.
CNBC는 "지난 6년간 알파벳의 결과는 페이스북이 앞으로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초 야심과 달리 구글의 아더 벳츠 가운데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
예고한 대로라면 이미 몇 년 전에 시작했어야 할 자율주행차 운행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고, 고(高)고도 풍선을 띄워 오지에 인터넷을 제공한다던 `프로젝트 룬(Loon)`은 폐기됐다. 스마트 홈 사업 부문인 `네스트`는 구글에 통합됐다.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와 생명공학 자회사 베릴리는 알파벳으로부터 수혈받은 돈으로 부족해 외부 투자자들로부터도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CNBC는 "이는 메타에 `가장 야심 찬 아이디어도 상장사가 기꺼이 쓰려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가 앞으로 1년간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채용하는 데 100억달러(약 11조7천억원)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메타버스를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달성하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커버그 CEO는 10년을 말했지만 메타버스에 특화한 리서치업체 `아틸러리 인텔리전스`는 할리우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묘사된 것처럼 완전한 몰입형 메타버스까지는 30년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 투자자들이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페이스북은 그동안에도 수차례 사업 방향의 전환을 시도했고 이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 9천억달러(약 1천57조원)짜리 회사가 됐다.
2012년 저커버그 CEO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자 `모바일 퍼스트` 제품에 우선순위를 두라고 지시했고 같은 해 모바일에 초점을 맞춘 사진·동영상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이 전략은 주효해 광고주와 이용자를 만족시켰고, 페이스북에 젊은 이용자를 안겼다.
페이스북은 또 2016년에는 `동영상 퍼스트`로 전환하는 시도에 나섰고, 2017년에는 온라인 동호회와 비슷한 `그룹`을 도입해 이용자 간 연결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CNBC는 이번 사명 변경과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 기업가치가 약 9천억달러에 달하는 기업으로서는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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