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증하는 가계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공모주 청약 증거금률 조정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현행 50%인 증거금률을 낮춰 관련 대출 규모를 줄여보겠다는 건데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오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9월 말 "IPO 시장 과열로 가계 부채 증가가 걱정된다"며 "IPO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국은 현행 IPO에서 적용되는 일괄 50% 수준의 증거금률을 공모주 경쟁률에 따라 10%에서 50%로 차등화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거금률을 낮춘다고 가계 대출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증거금률이 낮아지더라도 대출규모는 그대로 유지한 채 청약액 규모를 더 늘려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 예를 들면 내가 빌릴 수 있는 돈이 1억이면 그 돈으로 증거금 50%로 하면 2억까지 청약할 수 있는 건데, 그거를 절반으로 낮춰주면 2억까지만 쓸까요? 4억까지 쓰지 않을까요? 결국에는 똑같은 거 거든요. 그런 부분도 있고 하니 고민되는 거예요.]
증거금은 특성상 단기에 반환되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가계 부채에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SKIET 공모주 청약이 있던 지난 4월에 대출된 11조 8천억원 중 상당 금액이 다음 달에 반환됐고 카카오뱅크 청약이 있던 7월 말 대출도 8월에 반환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공모주 청약이 몰렸던 지난 7월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7월 가계 대출 총액 역시 상반기 월 평균 수준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금융위 "7월 가계 대출 월평균 수준 범위 내"
이런 가운데 투자자 여론도 부정적입니다.
낮아진 증거금률이 적용되면 오히려 청약 경쟁률이 높아져 IPO 과열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 주권 배정 이후 공모가격 만큼 실제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 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공모주 투자 관련 대출을 줄이겠다는 당국 방침과 관련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그럼 현금 부자만 공모주 청약을 하라는 거냐"며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또 증거금을 통한 증권사 이자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증권업계의 자율적 참여를 끌어내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이효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며칠(공모주 청약 기간) 동안 돈을 받은 걸로 운용하는 데에 활용이 돼서 예금성 상품에 그에 따른 이자 수익 증대 효과가 있었을 텐데…이번에 증거금률이 인하되면 (증권업계의) 이자수익 부분도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계 대출을 잡기 위해 증거금률 인하를 고려 중인 당국.
하지만 논의 초기단계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련 방침이 진척을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경제TV 오민지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