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등 온몸에 총상"…아프가니스탄 여성활동가 피살

입력 2021-11-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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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해온 20대 여성 운동가가 온몸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여성 활동가 피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프간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여성 활동가 프로잔 사피(29)의 시신이 확인됐다.
지난 4일 탈레반 대원들은 이 지역 주택에서 남성과 여성 각 두 명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사피의 시신을 영안실로 가져왔다.
프로잔의 자매는 "머리, 심장, 가슴, 다리 등 온몸에 셀 수 없이 많은 총상이 있었다"며 "얼굴도 총을 맞아 알아볼 수 없게 망가졌지만, 옷으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프로잔은 아프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들은 거리 시위를 열고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여성 거리 시위 주최자는 "탈레반에 반대하는 가장 최근의 시위에 프로잔이 나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왓츠앱 메신저가 해킹당했다. 이제는 SNS에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프로잔은 지난달 탈레반이 자신의 활동에 대한 증거를 수집 중이라는 익명의 전화를 받고, 간단한 짐만 챙겨 집을 떠났다고 가족은 말했다.
당시 그는 독일로 망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프로잔의 가족은 서슬이 시퍼런 탈레반을 대놓고 살인범으로 지목하지는 못했다.
그의 자매는 "우리는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고, 아버지는 "딸의 시신이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돼 병원에 신원불명자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 `여성도 같이 일하자`고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여성 앵커와 기자들이 쫓겨났고, 시청 등 지자체 공무원은 전원 남성으로 교체됐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고, 수도 카불 시내 광고판의 여성 얼굴은 검은 페인트로 덧칠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탈레반이 34개주 가운데 단 3개주에서만 구호단체 여직원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등 여성 활동가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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