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주요 기업에 요구한 반도체 공급망 정보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처음 요구했던 구체적인 고객사 정보 등 민감한 내부 정보는 제외하는 분위기 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막판까지 공개 수준을 고심하고 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사이트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대학 등 유관기관 20곳 이상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TSMC를 비롯해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등이 자료를 냈다.
앞서 미 정부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되자 공급망 상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며 지난 9월 24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화상 회의를 열고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고객사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 시한은 하루 뒤인 8일(미국 시간 기준)이다.
미 상무부가 애초 요구한 자료는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 수량과 주문 내역, 제품별 매출, 고객사 정보 등 총 26가지 문항으로, 기업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민감한 정보도 포함돼 있어 영업기밀 유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미 정부는 기업들이 고객사 정보 대신 자동차용, 휴대전화용, 컴퓨터용 등 산업별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기업들은 민감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채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일반인 공개 형태로 자료를 제출한 타워세미컨덕터는 제품별 최대 고객사 3곳을 묻는 항목에 대해 "당사는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서 해당 정보를 밝힐 수 없다"고만 적었다. 또한 제품별 재고와 최근 판매량 등 문항은 아예 공란으로 비워놓고 자료를 냈다.
TSMC와 마이크론은 일반인 비공개 형태로 자료를 제출했지만, 타워세미컨덕터와 마찬가지로 영업상 비밀유지 조항에 저촉되거나 민감한 내부 정보는 제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아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막판까지 자료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들도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곧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에 대해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차분히 잘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고량과 매출액, 거래처 등 정보를 제출할 경우 경쟁 기업에 기술과 노하우가 노출되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제출한 정보가 최소 범위 내에서 활용되고, 또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에 당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