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직접투자가 주춤하고 간접투자인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채권형펀드에서는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대기성 자금은 증가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매수금액과 매도금액의 평균)은 15조9천720억원이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5월(15조5천227억원) 이후 가장 적다.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6월 20조5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내 주식시장이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기업 실적 우려 등으로 약세를 보인 결과, 개인의 참여가 저조해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피해 간접 투자인 펀드로 향하는 자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는 1조2천536억원이 유입되며 월간 기준 4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0월∼201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최근 4개월간 3조1천43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에도 최근 3개월 새 4천232억원이 유입됐다.
운용사의 재량에 따라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는 지난해 증시 반등에 따른 직접 투자 선호,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주식시장 약세로 전문가에게 돈을 맡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채권 시장도 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표 시장 금리인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2.044%로 마감해 3년 만에 연 2.0%를 돌파했다. 지난 2월만 해도 연 1%를 밑돌던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8개월간 100bp(1bp=0.01%포인트) 넘게 뛰어올랐다.
이에 채권형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6월 14일 36조3천억원으로 올해 고점을 찍은 뒤 감소, 지난 4일 현재 32조6천억원으로 줄었다.
대기성 자금은 늘어나는 양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138조3천억원으로 한 달 새 24조4천억원이 유입됐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만기 1년 미만 채권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현금성 자산으로 꼽힌다. 주로 월초에 자금 유입을 보이는 계절성 특성과 함께 최근 시장 변동성의 확대로 MMF에 단기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주식시장에서 기대 수익이 작아지고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의 상승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자금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이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공급난 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되고 긴축 전환이 가까워지는 국면에서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