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미국의 조기 긴축과 인플레이션 우려, 한국은행의 추가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연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짚어봤는데요.
국고채 금리는 시장금리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대출금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받는 타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전 기자,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금리와 연동된 대출금리도 크게 오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시장금리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서 시장금리의 바로미터이자, 대출금리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것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인데요.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연 1%대를 밑돌았지만 지난 8월 말 한은의 금리인상 이후 2%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자금시장의 척도인 국채 금리의 상승은 전반적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실제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말과 비교해 1%포인트나 뛰어 5%를 넘어섰는데요.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붙이고 우대금리를 낮추고 있는데다, 이달 말 한은의 추가금리 인상까지 현실화될 경우 시장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져 연내 대출금리 `6% 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에 이자부담은 올해 초 한 은행에서 주담대로 2억 원을 대출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월 이자는 약 14만 원 넘게 늘어난 걸로 계산됩니다.
<앵커>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렇잖아도 대출 규제로 한도가 줄거나 돈줄이 막힌 실수요자와 취약차주는 이자부담이 커지는 이중고에 처하게 될텐데요. 더 큰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되는 이들이 2금융권에서까지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라는데요.
<기자>
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은행과 카드사 등에서 3건 이상의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수는 436만명입니다. 전체 대출 채무자 1,760만명의 22%에 달하죠.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이들 5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특히 최근엔 급증세가 더욱 가팔라져 지난해 말 대비 올 상반기 다중채무자 증가폭은, 최근 3년간 연 평균 증가폭의 2배에 달했습니다.
다중채무자 대출 금액도 최근 6개월새 29조원이나 늘었는데요. 지난 한 해 31조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보면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입니다.
<앵커>
다중채무자 중에선 고소득자도 있고, 투자를 위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이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은행 대출 한도가 다 차거나 아예 은행권 대출이 막혀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취약차주들이 많지 않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을수록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해 2금융권과 대부업 등 불법 사금융에서까지 돈을 빌려 다중채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소득으로 따져보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3천만원 이하 다중채무자는 259만명으로 전체 다중채무자의 60%를 차지했습니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는 106만명으로 전체의 24%였구요.
다중채무자 중에선 은행권 대출이 304만여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카드사와 캐피탈에서 돈을 빌린 이들도 각각 221만명, 157만명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3금융권인 대부업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64만명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인상된다고 하면 이러한 취약차주들이 느끼는 이자 부담은 더 크겠네요. 실제 어느 정도일까요.
<기자>
한은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한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경우,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5조8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금리 인상 전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뛰게 됩니다.
그런데 취약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은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53만원이나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압박 속에 내년부턴 대출 규제도 더 거세질텐데, 여러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이들이 이자 부담까지 더 늘어나면 연체나 부실의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정책적 보완방안은 없나요.
<기자>
네 앵커말대로 다중채무자들이 어느 순간 이자마저 감당할 수 없어 돌려막기 식으로 빚을 갚다 보면, 결국 파산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겠죠.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어 일반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책으로 내놓은 게 햇살론·디딤돌대출과 같은 정책서민금융 상품입니다.
이들 서민금융상품은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에 비해 낮은 금리, 그것도 시장금리 변동에 안정적인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최근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마저도 은행별로 월별·분기별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대상에도 포함돼 이용에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정부가 복권기금이나 금융권 기부금 등 그때그때 활용 가능한 재원을 끌어다 운용하고 있는 탓에 자금 부족으로 `청년햇살론` 운용이 중단되기도 하는 등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예 금융권 대출이 막힌 한계 차주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취약차주 같은 경우는 실제 금융시장에 들어오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시장안에 있더라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계속 금융시장으로 끌어와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 만큼 재정적으로 복지라던지 다른 부분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앵커>
하지만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 서민금융을 지원한다는 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층이 많고, 2금융권 대출 비중도 높은 만큼,
금융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출 기한을 연장한다던지 다른 대출로 갈아타게 하는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기존 빚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다중채무자에 대한 채무 재조정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성목 / 서민금융연구원장 : 가장 좋은 방법은 채무조정인데, 법원에 의한 개인 회생을 지금보다 10배~100배 늘려야 합니다. 기존 빚을 다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재기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지 지금처럼 금리를 조금씩 낮춰주고 기간을 연장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기 어렵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 이자부담 커지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2배나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금리상승기 상환능력이 낮은 다중채무자가 우리경제의 부실화를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는만큼, 서민금융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앵커>
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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