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주식 매각` 설문으로 테슬라 시가 총액이 하루 만에 약 586억 달러(약 69조원) 증발했다.
머스크 재산도 약 100억 달러(약 11조6억원) 감소하면서 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트위터를 통해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글과 함께 설문을 올렸다. 24시간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총 351만9천252명이 참여했으며 57.9%가 찬성, 42.1%가 반대 의견을 냈다.
머스크가 설문 결과에 따르겠다고 공언하면서 8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4.84% 하락한 1,162.94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하루 만에 보유 주식 평가액이 약 100억 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하는 것이 주가에 좋은 경우는 드물다.
이에 대해 CNN은 주가가 오를 수록 머스크가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상황에 머스크 트윗이 나왔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2022년 8월 13일까지 테슬라 주식 2천286만주를 주당 6.24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2012년에 받았다. 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행사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얻게 되는 이익을 산정, 세금을 물리게 된다.
CNN은 머스크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현재 테슬라 주가를 기준으로 110억 달러(약 13조원)에서 최대 160억 달러(약 18조9천억원)의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계산했다.
주가가 오를 수록 세금이 늘어나고 떨어질 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머스크 입장에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직전에는 최대한 주가가 낮은 것이 좋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에만 743%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60% 넘게 상승했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 계산상 100억 달러(약 11조8천억원)가 넘는 세금 때문에 (머스크가) 다음 달에 주식을 판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며 "그러나 트위터에서 주식 10%를 파는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그와 그 회사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막장 아침 드라마"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테슬라의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테슬라 투자자들은 이미 머스크가 세금 때문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점이 이미 테슬라 주가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 트윗으로 주가 조작 논란이 재점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머스크가 이같은 행보로 앞서 미 금융 당국과 합의했던 것을 재차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2018년 머스크는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올려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책임에 대해 증권사기 혐의로 SE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당시 머스크는 총 4천만 달러 벌금을 내고,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이 자신의 트윗 일부를 미리 점검하도록 한다는 데 SEC와 합의했다.
머스크는 그러나 이 합의를 2019년과 2020년 연거푸 위반해 SEC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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