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안했는데' 휴대전화 충전기 트래킹 화재 주의

입력 2021-11-12 08:55  



꼭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때가 아니라도 사무실 책상에, 침대 옆 탁자에 무심코 전원과 연결해 놓은 충전기가 화재 원인이 된 사례가 나와 주의가 필요하다.
12일 경찰청의 `KCSI(과학수사) 매거진`에 게재된 `휴대 전화기 충전 단자의 트래킹에 의한 화재위험`(서울청 과학수사과 이승훈 외 4명) 기고문에 따르면 그동안 휴대전화 충전기 화재는 충전 중 불완전 접촉 등에 의해 발생한 사례가 주로 보고됐지만, 단자가 분리된 상태에서도 불이 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올해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거실 소파까지 연장된 멀티탭에 충전기 꼽아두고 외출했다가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다.
충전기에서 나온 케이블이 소파 위에 걸쳐 있었는데, 소파와 케이블 일부가 불에 탄 것이다. 다행히 스프링클러 작동으로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수사관들은 충전기의 케이블 피복이 단자와 연결된 부분까지는 남아 있었던 반면, 단자 부위는 아예 발견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수사관들은 "휴대전화가 분리된 상태이며 충전 중이 아니었다는 점, 단자 부위가 심각하게 소실된 점, 다른 발화 원인 가능성이 배제된 점으로 보아 트래킹 현상에 의한 발화로 추정됐다"고 결론내렸다.
트래킹 현상이란 전위차가 있는 전극 사이에 오염물이 묻고 이곳에서 소규모 불꽃 방전이 일어나면서 절연돼 있어야 할 경로에 전기가 흐르는 트랙이 생기는 것으로,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
충전 중인 상태와 비교해서는 위험도가 낮지만, 멀티 출력이 가능한 충전기에서 트래킹 현상이 발생하면 트랙을 통한 전류량에 따라 높은 전압의 출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충전기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휴대용 조명, 음향기기, 노트북 등 다양한 포터블 기기에 활용되면서 편의상 어댑터 또는 컴퓨터 등 USB 포트에 삽입해 전원이 공급된 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특히 요즘은 여러 기기를 충전하기 위해 2개 이상의 충전기를 쓰는 사례, `올인원` 방식으로 3가지의 주요 단자가 함께 묶인 케이블을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
연구진은 전극 간 트래킹에 의한 화재 위험을 피하려면 책상 위처럼 쉽게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단자를 방치하지 말고, 사용하지 않는 동안은 케이블을 분리하거나 스위치를 끄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또 오염된 단자와 발열이 의심되는 단자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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