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국내 상장기업 실적이 지난 3분기에 크게 성장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초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하면서 상반기까지 실적 모멘텀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공급난으로 인한 물가 압력 등은 여전한 리스크로, 내년 국내 기업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30.43으로 2013년 2월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높아진 원가·물류비용을 판매가에 전가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기업 마진 압박 등이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은 제조업 중심의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발 침체에서 벗어난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원자재 시장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번 겨울 `전력난` 속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시도는 지난 2년 동안 강세 사이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클라이맥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향후 기업의 수익성 저하에 대한 위험뿐 아니라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 대신 수동적 현상 유지 기조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가치나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이달부터 매월 150억달러씩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인다고 발표하며 `돈줄 죄기`에 들어갔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통화 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국내 경제 회복에는 부담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 안정과 인플레이션 우려 불식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정상화가 금리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아직 내수 경기 개선세가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을 높여 경기 회복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등 실적이 올해 대비 10% 내외 증감률을 보이며 유사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국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함에 따라 이에 대한 기저효과로 증가 폭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렬 센터장은 "올해 기업들의 이익이 비정상적 급증이 아니라 레벨업을 이뤄낸 것이라고 본다"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이 감소한다거나 전체 글로벌 교역량이 역성장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장기업의 이익이 뒤로 후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연우 센터장은 "제조업 중심의 경기 불안이 지속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하향 국면이 이어질 수 있으나, 하향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 2분기부터는 공급망 병목현상 완화와 함께 2022년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초를 기점으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난 이슈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면서 "연말 쇼핑 시즌 수요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돼 실적 모멘텀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물가 압력과 공급난은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다. 올해만큼의 수출 호조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오현석 센터장은 "올해는 선진국 수요 덕분에 수출이 많이 늘었는데 내년에도 계속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수치는 말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내년 실적 모멘텀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공급망 이슈 등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저하될 만한 조건이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의 기조가 유지되기 위해선 정부와 당국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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