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에 수수료까지...또다시 고개드는 관치금융

조현석 부장

입력 2021-11-23 17:17   수정 2021-11-23 17:17

    <앵커>
    카드수수료 인하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인하 방안은 언제쯤 나오나요?
    <기자>
    정부가 이번에 카드수수료를 조정하게 되면 시행은 내년 1월부터 거든요. 카드사들의 준비 기간, 한달 정도를 감안하면 이달 말에는 나와야 하는데, 올핸 반대여론이 커지면서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늦어도 다음달 초엔 발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발표를 앞두고 카드사 노조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더 내릴 여력이 없다는 거죠? 정말 그렇습니까?
    <기자>
    그동안 계속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결제 사업은 적자로 돌아섰거든요. 좀 보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013~2015년 5천억원, 2016~2018년 245억원으로 감소했고, 2019~2020년 2년간은 1천300억원 정도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실적까지 포함하면 손실은 더 늘어날 걸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본업이 적자구조로 전환되자 카드사들은 카드론, 현금서비스 같은 대출사업에 집중해 손실을 만회했습니다. 그 결과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말 2조원으로 1년전보다 4천억원 정도 늘었습니다.

    <앵커>
    당기순이익이 늘었으니,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는거 아닌가요?
    <기자>
    어쨌든 수익이 늘었으니,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거 아니냐는 게 정부와 정치권 판단입니다. 하지만 카드사들 얘기는 다릅니다. 적자구조가 고착화된 사업부문에서 수수료를 더 내릴 여력이 있다고 하는 걸 이해못하겠다는 겁니다. 또 내년부턴 카드론도 DSR 대출규제가 시작되고,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날 거기 때문에 대출사업도 안좋아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또 수수료를 내리면 영업이익이 1조원 정도 줄어들 걸로 보이는데, 그러면 내년엔 전체사업에서 적자가 날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대적인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고, 결국 대량 해고 사태가 올 수 있다는게 카드사 노조들의 주장입니다. 실제 카드모집인 수는 2015년 2만명에서 올핸 8천명으로 6년만에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앵커>
    이같은 카드사들의 반대가 이번 카드수수료율 결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을까요?
    <기자>
    정부도 수수료율 제도 개편 필요성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고 있긴합니다. 최근 금융위 담당과장(김종훈)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향후 적격 비용에 기초한 카드 수수료 재조정을 지속하는게 바람직한 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거든요. 정부 주도로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칠때가 됐다는 발언으로 풀이되는데요. 제도가 법제화된 이후 4.5%에 이르던 카드수수료가 점점 내려가서 현재는 카드가맹점 10곳 중 9곳은 실질수수료가 제로인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도 수수료가 인하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번 인하 방침이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불만이 극에 달한 자영업자를 달래는 성격이 짙거든요. 그런만큼 합리적인 논의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표퓰리즘적인 논의 전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겁니다.
    <앵커>
    그동안에도 표퓰리즘적인 결정이 있어왔잖아요?
    <기자>
    실제 적격비용 재산정하는 제도가 2012년에 도입된 이후 올해까지 9년 동안 수수료가 총 7차례 조정됐습니다. 그런데 보면 적격비용 재산정은 3년 마다 하는거니까, 정상적이었다면 3차례만 조정됐으면 되는건데, 이보다 4차례나 더 많았던 겁니다. 법제화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을 손질해 4차례나 더 수수료를 바꿨기 때문인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선거철과 겹쳤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입니다. 카드사 노조가 이번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관치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인거잖아요?
    <기자>
    그렇죠. 앞서 리포트에서 전해드렸습니다만 이렇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격통제가 가해지면서 그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카드사 경영위축으로 대량해고에 내몰리는 업계 종사자들이 늘고 있고, 소비자 혜택은 물론 중소상공인 혜택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개입으로 카드수수료와 관련된 카드사, 가맹점,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셈입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건 비단 카드수수료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 보면 대출 총량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총량 규제를 하자, 가격지수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한 겁니다. 대선을 앞두고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 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관치금융으로 풀려고 하다 보니 생겨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장실패가 나타나면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정부가 개입해 시장 실패와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문제인 거죠. 이런 것부터 고치는게 먼저일 겁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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