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2021-2022시즌 최하위인 IBK기업은행이 선수 임의해지 공시 절차를 밟으면서도 촌극을 벌이고 있다.
IBK기업은행 구단은 전날 오후 구단 SNS에 "팀을 무단이탈한 조송화에 관해 KOVO 규정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며 "22일 자로 임의해지 등록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기업은행은 이날 오후 늦게 한국배구연맹(KOVO)에 조송화의 임의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KOVO는 23일 기업은행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뒤 `서류 보완`을 지시했다. KOVO는 "기업은행 구단으로부터 접수한 공문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선수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는 관련 규정에 의거 임의해지 신청서류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공문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같은 날 기업은행 관계자는 "구두로 팀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했던 조송화가 오늘은 임의해지에 필요한 서면 신청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난감해했다. 조송화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선수 권익 신장을 목표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임의해지와 관련한 규정을 수정했다. 당시 문체부는 "임의해지를 하려면 선수의 서면에 따른 자발적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기업은행은 개정한 규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선수의 자발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서면 신청을 받진 않았지만, 선수가 구두로 `운동을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며 "선수에게 구두로 확인을 받고 KOVO에 임의해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송화는 임의해제를 요청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이 조송화의 불만을 들으며 자의적으로 `조송화가 임의해제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해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앞서 조송화는 서남원 전 감독의 훈련 방법과 경기 운영 등에 반발해 두 차례나 팀을 이탈했다. 조송화가 두 번째로 팀을 이탈할 때는, 김사니 코치도 함께 팀을 떠났다. 이후 김사니 코치는 구단의 설득 속에 복귀했고, 서남원 감독은 경질됐다. 여기에 조송화 임의해지 절차도 서두른 구단은 가장 중요한 서류인 선수의 신청서도 받지 않고 SNS로 임의해지를 공식 발표하는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조송화가 임의해지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구단은 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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