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따라잡을 카드는 테일러"…'뉴삼성' 밑그림 나왔다

방서후 기자

입력 2021-11-24 17:07   수정 2021-11-24 21:59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현지 정관계 인사를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 CEO들과 분초 단위로 만나더니,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방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에 뭘 짓기로 한 겁니까?

    <기자>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입니다. 파운드리라고 하죠. 바로 이 파운드리 공장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섭니다. 지난 1998년 텍사스 오스틴에 들어선 1공장에 이은 두번째 공장이고요.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고요, 생산 규모 면에서도 기존 오스틴 공장의 4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5년 만에 떠난 미국 출장 일정을 해당 부지 선정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의 윤곽이 어느 정도는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공장 부지로 여러 곳을 염두해 두었던 것 같은데, 왜 테일러시가 최종 낙점된 겁니까?

    <기자>

    테일러시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 인센티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향후 20년 간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 수준의 세금 감면 인센티브가 제공되고요.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보다 혜택이 30% 정도 큽니다.

    공장 운영에서도 오스틴 대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한파로 약 한달 간 오스틴의 전력과 용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이 때 입은 손해만 약 4천억원 규모입니다. 테일러 신공장은 아무래도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고요.

    그럼에도 오스틴 공장과 가깝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또 텍사스에 있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우수 대학들의 인재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앵커>

    이재용 부회장이 굉장히 공을 들인 것 같은데, 그만큼 신공장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뜻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전기차 등 전방 산업이 성장하면서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고, 파운드리 업계는 그야말로 초호황을 맞았습니다.

    구식 기술로 치부된 8인치(200mm) 생산라인마저 가득 찰 정도로 주문량이 넘치고 있고, 이런 공급난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사가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오스틴과 테일러에 투 트랙 생산 체계를 구축해 업계 1위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입니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1위 TSMC(58%)보다 크게 뒤쳐져 있습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멘트 들어보겠습니다.

    [김기남 / 삼성전자 부회장 : 텍사스 중부의 이 새로운 부지는 기존 삼성전자 오스틴 시설의 빛나는 과거와 현재를,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미래로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새 공장엔 5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또는 3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도입해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설 전망입니다.

    TSMC가 120억 달러(약 14조2천억원)를 들여 짓는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이 삼성과 비슷한 2024년께 가동 예정인 만큼, 두 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앵커>

    시청자 분들은 이걸 가장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대규모 투자는 언제쯤 실적에 반영됩니까?

    <기자>

    일단 삼성전자의 내년 비메모리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29%, 157% 성장할 전망입니다.

    전 세계적인 공급난에 판가가 상승한 영향만으로도 이런 역대급 수익이 예상되는데, 여기에 2024년 신공장이 가동되고 TSMC의 점유율을 뺏어온다면 당연히 실적에 더욱 보탬이 되겠죠.

    무엇보다도 삼성은 이게 시작이라는 겁니다.

    이 부회장은 방미 기간 중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한 것은 물론,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등 미래전략사업과 관련된 미팅을 분초 단위로 해왔습니다.

    더 이상 추격이 아닌 세상에 없던 길을 개척해나가겠다는 구상에 따라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난 2016년 9월 하만 인수 이후 멈췄던 인수합병(M&A)도 재개할 전망입니다. 삼성의 투자 시계가 빨라진 셈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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