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8월 이후 3개월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기준금리 1% 시대`가 왔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내년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면서 앞으로 가계와 기업, 또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데요.
자세한 내용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우선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근거와 배경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네, 어제 발표된 3분기 가계 빚은 1,845조로 석달새 37조 원 가까이 늘어 또 역대 최고치를 찍었죠.
지난달 소비자 물가도 3.2%나 올라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여기에 부동산 가격 급등까지 저금리에 따른 `금융불균형`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었습니다.
한은이 이제 시중 돈을 조금씩 거둬들여도 좋을 만큼 실물 경제 회복세가 탄탄해졌다고 인식한 점도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으로 점쳐집니다.
그동안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8월과 10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와 지난달 15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수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었죠. 이번 금리 인상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늘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는데요. 얼마나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나요.
<기자>
시장의 분위기는 벌써부터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11월 FOMC 의사록에서도 봤듯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진행 속도를 올리거나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가 적을 경우에 자본유출이 우려가 되기 때문에, 미 연준의 분위기에 맞춰 한은도 선제 대응 차원에서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겁니다.
여기에 내년에도 공급망 차질이나 소비 회복과 함께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추가 인상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내년 첫 기준금리는 내년 1월 14일 금통위에서 결정되는데요,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내년 1~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고 하반기에도 한두 차례 추가 인상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년 추가 인상이 0.25%포인트씩 세 번 이뤄진다면, 최종적으로 기준금리는 1.75%가 되겠죠.
자본시장연구원도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은이 경기 상황에 따라 최소 두번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이자부담 아닙니까.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더 높아질텐데요.
<기자>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0.75%인 상황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5%를 넘어선 바 있는데요. 여기서 기준금리가 더 올랐으니 이제 `주담대 6%` 진입은 시간문제일 듯 합니다.
문제는 앵커가 말한대로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겠죠.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지난해 말에 비해 0.5%포인트 오르면, 즉 1%까지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5조8천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지난해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나게 됩니다.
금리인상이 부담되는 건 개인만이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기업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를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5%로 전세계 국가 중 5위를 기록했으며 1년 새 7.1% 포인트나 뛰었습니다.
이렇게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이 내야 할 이자비용 부담이 커져서 자금난으로 이어지겠죠.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집니다.
<앵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 금리도 올라야 하는 게 상식인데요. 그동안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는 너무 안올라는데, 이번엔 예금금리도 좀 오르나요?
<기자>
네, 한마디로 정리해 드리자면 "지금 예금에 가입하면 손해" 입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금금리도 오릅니다.
그동안 대출 총량 규제 여파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올랐지만, 예금금리는 더디게 올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11년만에 최대치(9월 기준, 2.14%p)로 커졌는데요.
찔끔 오르는 예금금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현실화`에 대해 압박하기 시작했고, 은행들이 이를 수용한 겁니다.
오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곧바로 예·적금 금리를 최고 0.40%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대출금리 역시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돼 예대금리 격차 해소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은행권 안팎에선 수신금리를 올리면 조달 비용이 올라가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늘게 되면 소비와 기업투자도 위축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 같은데요. 상황이 이렇다면 한은도 더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에는 신중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잇따라 올리면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너무 빨리 돈을 거둬들이게 돼 경기 회복이 더뎌지겠죠.
일각에서는 이번 인상 이후 내년부터는 인상 속도를 조절하자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현대경제연구원도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자칫 살아나고 있는 경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며 한은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집값이나 가계빚 급등세가 잡히지 않자, 최근 민·관 연구기관과 학계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안정화 수단으로서 금리 적정성에 대한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기준금리를 바라보는 한은의 고심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 한은이 내년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지만, 이후에는 올리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한은이 제시한 3.0%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한은에서는 물가 뿐만 아니라 경기를 봐야하니깐…]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되고 있는데다, 이번 금통위에서 1명만 소수의견(동결)을 낸 만큼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지만, 이주열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 이후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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