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계열사 '무상 담보'로 부도 막아…과징금 24억

입력 2021-12-01 16:25  

계열사 무상 담보로 6,585억 저금리로 대출
재무 개선 통해 지점 확대…'가전 빅4' 유지
공정위 "중소사업자 배제…거래질서 왜곡"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이 계열사 SYS홀딩스의 부동산 담보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부도 위기를 막고 국내 가전전문점 ‘빅4’의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통해 중소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등 거래질서를 왜곡했다며 약 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SYS홀딩스가 부동산 담보를 제공해 SYS리테일이 장기간 저리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SYS홀딩스는 7억 4,500만 원, SYS리테일은 16억 2,300만 원이다.

2009년부터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 등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SYS리테일은 가전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거나 전자랜드 지점 임차료 및 보증금 지급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 등이 부족해 은행과의 대출 거래가 어려워지자 SYS홀딩스에 부동산 담보 제공을 요청했다.

이에 SYS홀딩스는 자기 소유 30건의 부동산(담보한도액 최대 910억 원)을 대가 없이 담보로 제공해 SYS리테일이 신한은행 및 농협으로부터 구매자금 및 운영자금을 차입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SYS리테일은 2009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6595억원의 자금을 1~6.15%의 저금리로 총 195회에 걸쳐 차입해 상품매입과 회사운영에 썼다. 이는 SYS리테일의 개별정상금리보다 최소 6.22%에서 최대 50.74%의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재무상태가 열악한 SYS리테일은 적시에 상품을 공급받고 보증금과 임차료를 지급할 수 있게 돼 시장 퇴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자금력이 생긴 SYS리테일은 전자랜드 지점 수와 상품매입 규모를 지속 확대해 판매능력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2009~2012년 적자를 보던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흑자전환했고, 매출도 2012년 4,892억 원에서 2020년 8,504억 원으로 증가했다.

SYS리테일은 SYS홀딩스의 부당지원으로 국내 가전전문점 ‘빅4’로서 유력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한 셈이다. 공정위는 "SYS리테일은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해 지방 중소 가전유통점이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SYS홀딩스와 SYS리테일에 행위중지명령, 재발방지명령, 교육이수명령을 내리고 총 23억 6,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견기업 집단이 계열회사 간 무상 담보제공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활용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는 위법행위를 시정했다”며 “계열회사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지원해 시장 퇴출 가능성을 낮추고 다른 경쟁사업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관행을 제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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