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현지 법인 SBJ은행 부사장 재직 당시, 디지털 자회사인 `SBJ DNX`를 설립하고 뱅킹 시스템을 일본 현지 은행에 수출한 전 부행장. 그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월 디지털그룹장을 맡아 지난 1년간 뱅킹 플랫폼을 넘어 전체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져왔다.
특히 전 부행장은 최근 14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금융권 최초의 배달 애플레이션(앱)의 이달 말 출시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의 형태의 배달 앱이지만, 가맹점 입점수수료와 광고비용을 없애고 중개수수료만 부담하도록 기존 배달 앱과 차별화했다.
나아가 가맹점주들에게 단골고객 등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나아가 경영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플랫폼 기업의 이익과 정보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토콜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의 `메기`가 됐듯이 이제는 은행이 배달앱 업계의 `메기`로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치는 전 부행장의 복안을 직접 들어봤다.
Q. 올해를 `디지털 컴퍼니 원년`이라고 일컬으셨습니다. 1년간 행내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이전에는 내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국한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생태계 확장을 위한) 에코 익스팬션(Eco Expansion), 금융의 생태계를 다른 기업들과 개인들과의 연결과 확장으로 가는 전략으로 갈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자체적인 내부의 플랫폼 부분도 지금까지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 내부적인 게 많았다라고 하면 대고객 관점에서의 그러한 확장, 이런 양 축으로 디지털 전략 방향을 잡았습니다.
Q. 이달 금융권 최초로 배달 앱 서비스도 출시한다고 들었습니다. 금융을 넘어선 서비스로 보이는데요.
A. 우선 브랜드는 아주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땡겨요`입니다. 순수 우리말이고, "오늘 음식이 뭐가 땡기나", "오늘 한번 땡길까"라는 말에서 착안했습니다. 은행에서의 배달앱, 상당히 생뚱맞을 수 있는데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측 뿐만 아니라 실제 고객들과 가맹점주들, 그리고 긱 워커인 라이더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는 `프로토콜 경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광고료, 중개수수료도 가장 낮게 갈 것입니다. 배달앱으로 수익만을 좇기 보다는, 은행들에게 취약한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얻는 이익을 소비자, 가맹점주, 라이더들에게 나눠주고자 합니다. 또 플랫폼 기업들만 갖고 있었던 정보도 가맹점주들과 공유하고 경영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경우가 금융시장의 메기역할을 했다면 `땡겨요`는 배달 시장에 있어서 메기 이상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Q. 기업금융 쪽에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리테일 시장은 솔직히 빅테크를 넘어서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테일이 아닌 시장은 빅테크들과 동일한 선상에 있습니다. 기존의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나 여신 부분의 역량 자체는 빅테크 보다 앞서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1위 기업인 더존비즈온과 메가제휴를 맺었습니다. 지분 참여도 했고, 이미 워킹 그룹은 가동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더존비즈온의 강점은 `데이터`입니다. 12만곳에 이르는 기업 거래 고객 뿐만 아니라 회계사, 세무사들과 거래하고 있는 고객까지 합치면 200만이 넘습니다. 더존비즈온이 갖고 있는 기업데이터와 신한이 갖고 있는 금융데이터의 융합이 새로운 기업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의 좋은 장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Q. 디지털 전환에 맞춰 점포 다변화에도 적극적입니다.
A. 기존 오프라인 점포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비용효율만 따질 수는 없습니다. 대고객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킨 상태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점포를 어떻게 변형시켜 나가느냐가 점포 다변화의 지향점입니다. 고객층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노령층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들은 그분들만의 스페이스로 바꿀 것입니다. 12월에 신림동 지점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ATM기 같은 경우도 화면을 키웠고, 많은 메뉴를 없애 딱 4개만 넣었습니다. 기능의 명칭도 직관적으로 `돈넣기`, `돈찾기`로 바꿨습니다.
Q. 내년도 구체적인 디지털 사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내년에도 `디지털 생태계의 확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기존에는 메가기업들과 많은 제휴와 지분 투자 등을 했는데 이제는 업의 경계는 없어졌습니다.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또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BAAS(Banking As a Service, 서비스형 뱅킹) 모델을 그 기업에 집어넣으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뱅킹은 그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앱도 나옵니다. 이 앱은 고객들이 직접 만듭니다. 우선 20여명정도 고객패널들을 모집했는데, 이분들이 현재 뱅킹앱인 `쏠(SOL)`에 대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 개선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내년 가을경 서비스가 론칭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전필환 신한은행 디지털그룹 부행장
▲성균관대 행정학과
▲1990년 신한은행 입행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본부소속 조사역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
▲SBJ은행 부사장
▲(現) 신한은행 디지털그룹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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