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께도 누를 끼쳐 죄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국내 첫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가 방역 당국에 동선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부부 중 아내 A씨는 3일 인천 모 병원에서 격리 입원 중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달 24일 입국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A씨는 나이지리아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당일 방역 택시나 차량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공항 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지인의 차량을 탔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고 음성 확인서 복사본을 내고 발열 검사만 했다"며 "이후에는 아무런 안내나 절차가 없었고 방역 택시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A씨는 방역 당국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 "방역 차량을 탔냐는 질문에 순간적으로 `그게 뭐지? 그걸 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사이 `네`라고 답했다"며 "하지만 이런 말을 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죄송스러워했다.
이들 부부는 목사 남편의 친구인 구소련 국적 외국인로부터 초청을 받고 지난달 15일 나이지리아로 출국했다고 한다.
부부가 초청을 통해 참석한 학술 세미나는 아프리카 국적이 주를 이뤘지만 유럽·일본·구소련 국적 외국인들도 참여했다. 당시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A씨는 "나이지리아에 가보니 큰 호텔이나 공항에서 외국인들만 간혹 마스크를 쓰는데 거의 걸치는 수준으로만 쓰더라"며 "지침도 없고 나라에서 나눠주는 것도 아니어서 국민들은 아무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에서 보낸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 초대해서 개인적으로 간 건데 한국 교회 자체가 욕을 먹게 돼 죄송스럽다"며 "주민들께도 저희가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0대 목사 부부는 귀국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약 1주일이 지난 뒤에야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안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저께(1일) 의사에게서 `오미크론 변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평소 뉴스를 잘 보지 않아서인지 그게 어떤 바이러스인지 전혀 몰랐다"며 "이후 여기저기서 보도가 나오는 걸 보고 그때야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와 10대 아들은 현재까지 모두 별다른 증상이 없는 상태라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검사 첫날 저녁에는 열이 났고 목도 아팠지만 집에 있는 약을 먹으니 다음 날 아침에 괜찮아졌다"면서도 "아까 의사분이 와서 `남편은 거의 바이러스가 없고 아들은 몸 안에 바이러스는 있지만 증상은 없다`고 했고 감기에 걸렸을 때보다도 상태가 괜찮은 정도"라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역학조사에서 "공항에서 방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공항에서 자택으로 데려다준 지인 B씨는 밀접 접촉자에서 제외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수일간 지역 사회를 돌아다녔다.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B씨의 부인, 장모, 지인이 지난달 28일 인천시 미추홀구 대형 교회를 방문하면서 교회 내 집단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 교회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의심자가 발생했으며, 추가 확진자들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