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5억"…부활한 선거철 '반값 아파트'

김민수 기자

입력 2021-12-10 17:12   수정 2021-12-10 17:12

    <앵커>
    서울시가 `반값 아파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헤묵은 논란 다시 한 번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유사한 공약을 내놓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부동산부 김민수 기자와 함께 보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반값 아파트`의 정확한 개념부터 짚어보죠. 어떻게 반값이 된다는 겁니까?

    <기자>
    보통 우리가 말하는 아파트값은 건물 값에다 땅값을 더한 가격입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집값은 내 아파트가 가진 대지 지분의 가치를 반영한 가격이죠.

    땅이란 건 한정된 재화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지만, 건물은 갈수록 사용가치가 떨어지죠. 그래서 원칙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건 땅값이 오르기 때문이죠.

    반값 아파트는 바로 이 땅값을 분양가에서 빼는 겁니다. 그만큼 집값이 싸지죠. 땅은 공공이 보유하면서 빌려주는 형태로, 그 위에 세워진 건물만 분양한다는 거죠.

    매달 소정의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하긴 하지만, 훨씬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바로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 아파트`의 기본 개념입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보면, 강남 금싸라기 땅에 5억 원 아파트를 내놓겠다고 하는데, 가능한 겁니까?

    <기자>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니 이를 빼면 3억∼5억 원의 아파트 분양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땅을 구하는 게 문제죠.

    서울시가 지금 반값 아파트 값을 짓겠다는 서울의료원 부지는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죠.

    주변 아파트 시세를 보면 대략 3.3㎡, 평당 8000만 원 수준인데요. 이 부지는 한강뷰에다 서울 최고의 교통을 자랑하는 삼성역 바로 앞에 위치한 만큼 아파트를 지을 경우 더 비싸겠죠.

    이곳에 5억짜리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겁니다. 강남구가 반대하는 것도 이미 다른 용도로 정해진 이런 땅에 굳이 반값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죠. 합리적이지 않다는 거죠.

    결론은 서울시가 가진 금싸라기 땅에다 직접 집을 지어 팔면서, 땅값은 거의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거니까 이론상 가능하다는 겁니다.

    <앵커>
    서울시가 먼저 나서긴 했지만, 여야 대선후보들도 `반값 아파트`와 비슷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지 않나요? 차이가 있는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름만 새로울 뿐 `반값 아파트`와 같은 개념들입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임기 중 1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기본 주택`은 토지를 공공이 보유해 분양가를 반값으로 낮추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공공임대 주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무주택가구가 대략 920만 가구 정도 되는데, 이 공약이 실현되면 이 중 10% 이상이 기본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엄청난 규모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원가 주택`이라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요.

    분양가의 20%는 매수자가 부담하고, 80%는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장기 저리로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이것도 사실상 `반값 아파트`와 비슷한 겁니다.

    두 호보가 조금씩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땅값을 아파트값에 포함하지 않고 빌려주는 `토지임대부주택`의 한 형태입니다.

    <앵커>
    전체적으로 `반값 아파트` 정책이라는 게, 실수요자들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는 겁니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은데요.

    <기자>
    물론 당장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매력적인 내 집 마련책입니다.

    문제는 비싼 땅값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지역에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죠.

    때문에 공공이 주도하는 수도권 신도시나 일부 사업지구 등 공공택지 일부에만 공급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 정책은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내 집 한 채가 자산 대부분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산 형성과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또 최근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시장에서의 사인 간 거래는 불가능하고 LH에만 매각할 수 있습니다.

    시세차익이 전혀 없고, 오히려 건물가치가 떨어진 부분은 제하고 파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반쪽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 왜 선거철이면 `반값 아파트` 정책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걸까요?

    <기자>
    일단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집이 필요하구요.

    어제 경실련이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20년 걸리던 것이 지금은 38년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집값이 엄청 오른 것은 맞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년도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죠.

    계속해서 집값이 오르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람들은 몰리고, 그럴수록 집을 사기는 어려워지는 거죠. 현실성은 떨어지더라도 `반값 아파트`란 공약이 매번 등장하는 것도 이런 국민들의 어려움 때문일 겁니다.

    또 서울의 경우 주택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48%로 전국에서 가장 낮거든요. 집을 가진 사람보다 집이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 유권자 수도 무주택자가 더 많겠죠.

    자연스럽게 선거철이면 싸게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공약들이 등장하는 거죠. 하지만 `반값 아파트` 공약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성공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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