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자사 공급망에서 신장 제품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22일 인텔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공급자들에게 보낸 `2021년 연례 서한`에서 "투자자들과 고객들이 인텔에 중국 신장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는지 문의해왔다"며 "여러 정부가 신장 지역 제품을 규제하고 있으므로 인텔은 우리 공급망 관계사들이 확실히 신장과 관련된 어떤 노동력과 상품도 사용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 계열 인터넷 매체인 관찰자망은 21일 인텔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서한에서 신장 제품 금지 방침에 관한 내용을 `발견`했다고 전했고 환구시보 등 다른 관영 매체들이 이 소식을 따라 전했다.
그런데 인텔은 사실 지난 5월 발간한 기업 사회책임 보고서에 이미 미국 정부 등이 제기하는 신장 강제노동 의혹 문제와 관련해 이번 서한에서와 같은 표현의 문장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의 신장 제품 구매와 관련한 입장이 이번에 새롭게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인텔의 신장 제품 구매 금지 방침을 부각하고 나선 것은 최근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크게 격화된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미국 정부가 내년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 상원이 신장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한층 심각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는 거친 수사를 동원해 인텔을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당장 이를 계기로 전면 확전에 나설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신장 면화 불매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관영 매체의 선동 속에서 H&M이나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향한 강력한 불매 운동이 일었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은 22일 관찰자망에 올린 글에서 "인텔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당초에 공급망에서 신장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도로 적은 데다가 중국 수요가 여전히 강해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여전히 강대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는 우리가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필연적"이라며 "인텔이 광기를 부리는 것은 우리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텔 같은 이런 기업이 벌인 나쁜 일을 기억해둬야 한다"며 "중국이 더욱 강대해질수록 그들에게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는 미중 전략 경쟁 과정에서 중국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사활을 걸고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외국에 절대적으로 반도체 수급을 의존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3천800억 달러(약 453조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중국의 전체 수입액 중 약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