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이틀째 중단됐다.
22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은 폴란드 가스관 운영사 가즈 시스템(Gaz-System)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이날 자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매에 나온 8천910만㎥ 물량은 예매되지 않았다.
가스프롬이 물량 예매를 포기하면서 전날부터 폴란드에서 독일로 가는 가스 수송은 중단됐으며, 가스 흐름은 독일-폴란드로 역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으며,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수송로 가운데 하나다.
야말-유럽 가스관을 이용하는 러시아와 폴란드 간 장기 가스 수송 계약은 지난해 종료된 뒤 연장되지 않았다. 이후 가스프롬은 경매를 통해 가스관 수송량 쿼터를 확보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9월까지는 연 단위 경매에 참여했고, 올해 10월과 11월엔 2개월 단위의 경매에 참여해 쿼터를 확보했다. 그러다 이달 들어선 하루 단위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날 수송 물량을 전날 경매에서 확보하는 방식이다.
가스프롬은 최근 들어 야말-유럽 가스관의 수송량을 지속해서 줄여 왔다. 지난 17일 2천680만㎥였던 수송량은 18일 520만㎥로 급감했으며, 20일엔 가스관 수송 용량(하루 8천910만㎥)의 약 4.3% 수준인 380만㎥까지 떨어졌다. 뒤이어 21일과 22일엔 아예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가스프롬은 또 야말-유럽 가스관을 이용하는 내년 1월분 수송 물량도 가스관 용량의 21.6% 수준인 하루 1천928만㎥만 예약한 상태다. 다만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위한 다른 수송로인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과 발트해 해저를 관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 등은 아직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프롬은 "계약 의무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청 규모에 맞춰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다른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EU 내에선 러시아가 지난 9월 완공한 발트해 해저 관통 러-독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독일과 EU 당국의 조속한 가동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가스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스프롬이 100% 지분을 보유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주관사 `노르트 스트림 2 AG`는 지난 9월 초 독일 당국에 가스관 가동 승인 신청 서류를 제출했으나 승인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지난주 말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내년 상반기까지 승인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당국은 EU 에너지 규정에 따라 가스공급사와 운송사는 분리돼야 한다면서, 가스 공급사인 가스프롬이 독일 내에 별도의 운송 자회사를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 내 가스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해 전날엔 심리적 경계선인 1천㎥당 2천 달러선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1월 선물가격은 21일 한때 1천㎥당 2천189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10월의 사상 최고가 기록(1천900달러)을 갈아치웠다. 그 전날보다 27% 이상 뛴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에 본격적 겨울 추위가 닥치면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 차질로 정전 사태가 일어나고, 난방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