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태도를 보이며 `견원지간`으로 통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놓고 덕담을 주고받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개발을 칭찬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맙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대응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번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채 "전임 행정부와 과학계 덕분에 미국은 백신을 확보한 첫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5월 백신 개발을 위한 `초고속 작전`을 본격 추진해 12월부터 접종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은 사실을 공개했다고 언급한 뒤 "부스터샷은 나와 그가 동의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방역 지침과 백신 접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도 부스터샷을 맞았다고 언급함으로써 백신 거부자들의 접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연설이 나온 뒤 놀랍고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날 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나는 매우 감사하고 놀랐다"며 "이는 굉장한 일이고 많은 사람을 기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그(바이든)가 매우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이 나라를 치유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부스터샷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지난 19일 텍사스주에서 지지층을 상대로 한 집회에서 부스터샷을 맞았다고 했다가 청중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백신 접종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덕담을 주고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1·3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며 불복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대해 날 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일부를 제외하면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의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신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향을 밝히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출마 가능성을 숨기지 않아 2024년 대선에서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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