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전국을 시끄럽게 달군 요소수 사태 기억하실 텐데요.
요소수 사태는 공급망 붕괴가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최근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공급망 붕괴 우려가 큰 상황인데요.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먼저 요소수 사태부터 정리해 주시죠.
<기자>
잠잠해지긴 했지만 요소수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소수를 만들 때 필요한 원료인 요소 수입량이 예년과 비교해 훌쩍 모자라기 때문인데요.
11월 요소 수입량은 4만 톤이 조금 안 되는 상황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넘게 부족합니다.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다는 지적에 수입 다변화도 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은 요소 다변화 추진협의회라는 걸 만들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요소를 들여오는 걸 추진하고 있습니다.
요소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 개발도 하고 있는데요.
카프로는 `탄산암모늄 용액`을 요소 대체물질로 개발했는데요.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을 만들 때 화학물질 카프로락탐이 사용되는데요.
이때 생산 공정에서 `탄산암모늄 용액`이 발생하는데, 이를 요소 대체물질로 사용하겠다는 겁니다.
최근 있었던 실험에서 탄산암모늄 용액이 산업용 요소수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카프로는 환경부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했고, 승인이 나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앵커>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배터리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리튬과 흑연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임원식 기자의 관련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앵커>
해결책이나 대응방안은 없는 겁니까?
<기자>
요소수와 달리 배터리는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배터리 소재는 국내 업계에서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등 소재 자립에 돌입한 분위기입니다.
요소는 경제성이 안 맞다는 이유로 지난 2011년 국내에서 생산 자체를 중단해 버렸는데요.
그래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터리 소재는 국내 기업들이 자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에서 배터리 소재(리튬이온배터리 기준)가 60%를 차지하는 만큼,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건데요.
포스코는 지난 5월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 `탄산리튬`의 대체 소재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했습니다.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에 비해 전기차용 배터리의 주행거리 향상에 유리하다고 알려졌는데요.
이르면 2년 뒤부터 이곳에선 연간 전기차 100만 대가 사용할 수 있는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내에서 망간 비중을 높이는 `하이망간`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망간은 니켈이나 리튬과 달리 중국 매장량이 낮고 세계 여러 나라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도 니켈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업계는 원료인 리튬 공급선 다변화도 하고 있는데요.
포스코는 3년 전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해 리튬 시추를 할 예정이고, 호주 광산 개발 기업에도 지분투자를 한 상태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에 600억 원을 투자하고, 2023년부터 10년간 니켈 2만 톤을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앵커>
공급망 말고도 배터리 수주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인데,
최근엔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앞세워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1~10월까지 중국 CATL은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을 31.2%까지 끌어올렸는데요.
반면 우리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은 떨어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1.2%로 하락했고, 삼성SDI 역시 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중국과 우리 업체 배터리가 취급하는 배터리 소재 종류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중국은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원재료 가격이 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쓰지만, 우리는 밀도가 높은 대신 가격이 비싼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올해 니켈과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중국 업체에 비해 우리 업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게 현실입니다.
<앵커>
중국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배터리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중국과 똑같이 갈 필요는 없다고 주문하는데요.
중국이 만드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차량에만 들어갈 수 있는데요.
반면 우리가 만드는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고부가 제품이라 주행거리가 긴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니켈이나 코발트보다 원가가 낮은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투자 관점에서 보도록 하죠.
공급망이 불안한 상태에 더해 중국의 급부상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슈가 산적해 있는데요.
투자 시 어떤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자>
증권업계에선 중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배터리 종목에 대해선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는데요.
배터리 사업부가 구조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최근 2년간 광물 자원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배터리 사업부는 가격 상승을 고객사에 전가해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내년에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 수익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삼성SDI는 내년 자동차용 배터리 매출액이 올해보다 40%,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투자자라면 미중 무역분쟁 등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잠시 전문가 인터뷰 듣겠습니다.
[최석원 /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미중 갈등과 같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문제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이게 무기화 됐을 때 우리가 수급을 잘 창출해 내지 못하면 생산 차질이 길어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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