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朴 사면' 결단…文대통령 "통합과 포용 절실"

정원우 기자

입력 2021-12-24 15:38   수정 2021-12-24 15:40

文 "아픔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박근혜 "문 대통령에 심심한 사의"
李 "어려운 결정 존중…尹 "늦었지만 환영"
심상정 "국민 동의 없어…강력한 유감"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24일 결단했다. 반대 여론도 적지 않지만 `국민 통합`에 무게를 뒀다.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결단에 사의(謝意)를 표했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법무부의 사면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두고 여러차례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과 관련해 "참 불행한 일"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었다. 다만 사면 결정에는 `국민 공감대`를 조건으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었다.

최근까지도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임기를 5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 전격적으로 결단이 이뤄졌다.



○ 반대 여론에도 文 결단…朴 건강도 고려

애초 3월 대선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당선인과의 논의를 통해 사면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대선 국면 속 `정치 중립`을 강조한 문 대통령인 만큼 지금 시점에서의 사면 결정이 `모순`일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달 초까지 사면 관련 질문에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번 사면 결정이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고심 끝내 내려진 결정이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 공감대`가 충족됐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결단의 배경으로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후 이달 23일까지 약 4년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최근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해 허리디스크 등 지병 외에도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사안 다르다"

법무부가 발표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 3,094명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이름은 포함됐으나 이 전 대통령은 빠졌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안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안은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제가 본 여론조사에 의하면 두 분의 차이는 많았다"고 했다.

`차이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수감기간이 짧다는 점, 무엇보다 국민 공감대가 성숙치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박 전 대통령 사면 결단의 주된 이유가 `국민통합`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역시 문 대통령 남은 임기 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 朴 "文에 심심한 사의"…정치권 평가 엇갈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또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신병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으로 31일 0시 자유의 몸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명박·이재용 사면을 촉구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것은 바로 우리 촛불 시민들"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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