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몰린 아파트값 하락 조짐…속타는 2030

입력 2021-12-26 11:38   수정 2021-12-26 12:19


`영끌`과 `패닉바잉`에 나섰던 2030 세대(MZ세대)의 매입 비중이 높은 지역의 아파트값이 최근 하락 전환됐거나 하락이 임박한 곳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10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에서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은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2019년 1∼10월 2030 매입 비중이 31.7%였으나 지난해 동기간 36.5%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41.9%를 기록하며 40%를 돌파했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비강남권은 올해 2030 세대의 매입 비중 상승폭이 가팔랐다.

노원구는 지난해 37.2%였던 2030 매입 비중이 올해 49.2%로 12%p 급등하며 올해 서울지역 중 최다 상승폭을 기록했고, 관악구는 지난해 36.2%에서 올해 47.3%로 11.1%p 오르며 그 뒤를 이었다. 도봉구도 지난해 31.1% 수준이던 2030 매입 비중이 올해 41.3%로 10.3%p 늘었고, 구로구는 작년(41.2%) 대비 상승폭이 5.5%p로 도봉구의 절반 정도였지만 2030 매입 비중은 46.7%로 매우 높았다.

이들 지역의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급격히 커진 것은 담보 대출이 가능한 시세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영끌`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당장 입주가 어렵다 보니 전세를 끼고 추가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한 젊은층도 많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 전셋값이 최근 동반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한차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데 이어 10월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등 돈줄을 옥죄면서 대출 비중이 높은 비강남권이 특히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 은평구의 아파트값은 -0.03%를 기록하며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됐다. 은평구도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32.5%에서 올해 38.1%로 6.6%p가량 높아진 곳이다.

2030 매입이 급증한 관악구와 금천구는 아파트값이 지난주 보합 전환되면서 하락을 눈앞에 뒀고, 강북(0.02%)·도봉(0.03%)·노원(0.05%) 등도 상승폭이 크게 줄면서 보합 내지 하락 전환이 임박한 상태다.

전셋값도 먼저 하락할 조짐이다. 지난주 부동산원 조사 기준 성북구의 전셋값은 0.02% 하락했고, 금천구와 관악구는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서울 대체 수요가 몰린 광명시의 경우 2030 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지난해 1∼10월 38.5%였으나 올해는 무려 53.3%로 14.8%p나 올랐다. 서울, 경기를 통틀어 2030 매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로 인해 불과 한 달 전까지 주간 상승폭이 두 자릿수에 달했던 광명 아파트값도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이달 들어 상승폭이 급속히 둔화돼 지난주엔 0.02%로 축소됐다.

안양 동안구는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35.4%에서 올해 51.2%로 15.8%p 오르며 수도권에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11월까지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36.8%에 달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곳이나 최근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에 입주물량 증가까지 겹치며 지난주(-0.04%)까지 2주 연속 하락했다.

이처럼 2030 세대 수요가 대거 몰린 곳의 아파트값이 먼저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경기지역의 2030 매입 비중이 높은 곳은 대부분 광역급행철도(GTX), 신도시 건설 등의 호재로 올해 아파트값이 `역대급` 상승세를 보인 곳이어서 그만큼 낙폭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일명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들 지역의 전셋값 하락까지 지속되면 전세를 끼고 매수한 갭투자가 계약 만기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서울보다 수도권 아파트부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집값 하락은 거래 절벽이 장기화함에 따른 `눌림목` 현상으로, 당장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수도권에 투자 수요가 많았던 곳들은 대출 규제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급변할 수 있다"며 "특히 패닉바잉에 동참한 젊은층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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