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천9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가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이효신 당직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가 영장실질심사 직전 참여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법원은 피의자와 변호인 출석 없이 서면으로 심리를 진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이던 이씨는 지난해 3월께부터 그해 말까지 총 8차례에 걸쳐 회삿돈 1천9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천47억원의 96.7%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이씨가 이 중 100억원은 다시 돌려놨기 때문에 피해 액수는 기존에 회사가 공시한 1천880억원으로 유지됐다.
이씨는 처음에 회사 계좌에서 5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다가 다시 돌려놓은 뒤, 50억원을 한 번 더 빼돌렸다가 원상복구하며 회계 감시 시스템을 시험하는 듯한 행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발각되지 않자 그는 5번에 걸쳐 480억원을 빼낸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한 번에 1천400억원을 횡령했다.
경찰은 이런 수법으로 미뤄 이씨가 우발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씨는 이렇게 횡령한 회삿돈을 주식 매입과 금괴·부동산 구입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에는 횡령금 중 1천430억원으로 동진쎄미켐 지분 392만주를 샀다가 12월까지 336만여주를 1천112억원에 되팔았다. 이렇게 1천112억원을 갖고 있던 이씨는 680억여원을 1kg 금괴 851개를 매입하는 데에 썼고, 나머지 돈은 다른 계좌로 분산 송금해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괴 중 497개는 이달 5일 이씨가 검거된 경기 파주의 은신처에서 압수됐지만, 나머지 354개(280억여원)는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씨가 처분한 나머지 동진쎄미켐 주식 55만주의 매도금 등 252억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동결 조처했다. 또 이씨가 횡령금 중 75억원으로 아내와 처제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을 차명 매입한 것으로 확인하고 임의 처분을 막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구속된 이씨를 상대로 범행을 도운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전날에는 이씨 밑에서 근무했던 재무팀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씨가 거액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최규옥 회장 등 사내 윗선의 지시와 개입 내지 묵인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경찰에게 주어진 숙제다. 경찰청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달 6일 최 회장과 엄태관 대표를 횡령·자본시장법(시세조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하기로 했다.
경찰은 아직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윗선이나 재무팀 직원 등을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무팀 직원이나 책임자 등을 피의자로 전환할지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추가 수사를 벌인 뒤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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