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경제단체들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은 10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국민연금이 불투명한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기업 벌주기식`에 몰두하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24일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만 담당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기존에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책위가 담당해왔다.
이들 경제단체들은 "전체 연금보험료의 42%를 순수 부담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됨에도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의견수렴 과정 조차 갖지 않았다"며 "대표소송은 그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큰 타격을 주며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기업가치의 원상회복이 불가하다. 이는 결국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되며, 가입자인 국민과 주주 모두에 불이익을 초래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복지부의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전면 보류하고 네 가지 선결 과제를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법률에 규정, 대표소송 남용 방지 위해 대상 사건 제한, 대표소송 제기 실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장치 마련, 대표소송 제기는 기금운용본부 결정 등이 그것이다.
경제단체들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기업경영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 및 결정 권한 등 중요사항들은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직접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소송이 장기적 주주가치와 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며 "이러한 사항을 반영해 소 제기 기준 및 실익에 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명확히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책위는 기금운용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 및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유인이 매우 높다"며 "실제 기금운용을 담당하며 운용 수익률에 민감한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 등을 검토해 결정하되,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있다면 기금운용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우려와 제언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에 불과하다"며 "경제계와 관련 전문가 및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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