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고민 속 정기 인사도 미뤄져
해외 7개국 기업결합 심사도 남아
"공정위보다 더 엄격한 조건 걸 수도"
<앵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받아든 대한항공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 간 인수·합병 전제 조건으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인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을 제시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M&A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인데요.
의견서 제출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경영 계획 재수립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노선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받아든 대한항공이 별도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효과가 반감되면서 경영계획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대한항공이 산은에 제출한 통합계획(PMI)에 따르면 두 항공사의 슬롯과 운수권이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코로나19가 완전히 회복되면 연 3천억~4천억 원의 합병 시너지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알짜노선`으로 불리는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연합 취항지 운수권이 축소되고 낮 시간대 슬롯을 반납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는 반감됩니다.
두 항공사의 기단 운용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국제선 노선 확대를 위해 보잉의 중대형 기종인 B787 등 200~300좌석 규모의 중·대형기 위주로 기단을 재편하려던 대한항공과 상대적으로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 기단 운용 계획 수정까지 더해져 부담이 커졌습니다.
공정위의 `노선 축소` 결정이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당초 양사간 M&A로 인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운수권이나 슬롯이 제한되면서 비행기 운항횟수가 줄어들고 유휴인력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력 운용 계획도 수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12일 단행된 한진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한항공만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 이후로 연기됐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조건부 승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1천 페이지 분량의 심사보고서를 검토해 오는 21일까지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입니다.
[조원태 / 대한항공 회장 (2022년 신년사) : "예상보다 기업결합심사에 시간이 걸리고 우려의 시선 또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입니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더라도 통합 성사를 위해선 7개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최근 엄격해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추세를 고려할 때 한국 공정위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EU 경쟁당국은 지난해 캐나다 1, 3위 항공사의 합병과 스페인 1, 3위 항공사 합병을 불허한 바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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