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공급난에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 14일 로이터 통신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와 미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리들이 에너지 기업들과 접촉해 러시아산이 아닌 천연가스 공급이 필요해진다면, 이 공급분을 어느 지역에서 수급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에너지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러시아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대체할 공급원을 찾기는 어렵다고 답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 사용량의 3분의 1을 러시아 공급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 이익을 앞세워 유럽연합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줄이게 되면 유럽에 에너지 공급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CNBC방송에 따르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행동으로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롤 총장은 "현재 유럽연합 내 재고 부족은 러시아 가스프롬 때문으로 지난해 4분기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다른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등 충돌이 빚어져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유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소식통은 또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백악관 에너지 안보 보좌관이 대형 천연가스 생산 업체나 카타르 같은 에너지 생산국을 방문하러 다닐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관계자 역시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를 주도한 인물로 호흐슈타인 에너지 안보 보좌관을 지목했다.
호흐슈타인 보좌관은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닥친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사실상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를 놓고 논의한 것이고,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와 함께 진행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EU 집행위원회뿐 아니라 에너지 기업들과도 이런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 정부가 에너지 기업에 접촉했는지 논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주는 상황을 대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내 한파로 인한 난방 수요 증가와 유럽과 러시아간 갈등으로 공급이 줄어든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의 2월물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14.3% 오른 MMBtu당 4.857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