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폭력·차별 스캔들에 휩싸인 미국의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가 연루 직원 30여명을 해고하고 40여명을 징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리자드 대변인인 헬레인 클라스키는 WSJ에 직원 37명이 "쫓겨났다"면서 그 밖에 44명이 사측 조사에 따라 징계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이 지난해 7월 블리자드가 사내 성희롱 등을 방치해 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직원들의 성적 비행과 괴롭힘 등에 관한 보고 700여 건이 회사에 접수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캔디 크러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들을 개발한 블리자드는 오랫동안 직장 내 성범죄와 성차별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당국의 조사와 WSJ 보도를 통해 알려져 집중 비판을 받았다.
일례로 `콜 오브 듀티` 등의 개발을 담당한 스튜디오의 한 여직원이 2018년 보비 코틱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6년과 2017년 직장 상사로부터 사무실에서 성폭행당했다고 호소했으나, 사측은 문제의 상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0년 넘게 회사 CEO로 재직 중인 코틱은 성폭행을 포함한 회사 간부들의 각종 성폭력 의혹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사회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파문이 커지자 DFEH뿐 아니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블리자드가 사내 성범죄 등을 고의로 숨겼는지 조사 중이다.
사내외의 반발도 거세다.
WSJ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전체 직원 1만 명 중 거의 5분의 1이 코틱 CEO의 사임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고, 협력업체들과 주주들도 압박에 나섰다.
레고는 `오버워치` 시리즈에 기반한 제품 출시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고, 비디오게임 콘솔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지난해 블리자드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영국의 대형 금융사 피델리티는 브라이언 켈리 블리자드 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외부 로펌을 통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블리자드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블리자드 지분 0.6%를 보유 중이다.
블리자드 지분 0.23%를 보유한 뉴욕주 퇴직연금펀드를 감독하는 토머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관도 블리자드에 재발방지 노력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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