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송금할 때 사전에 승인된 주소가 아니면 보낼 수 없게 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출금 방식이 논란입니다.
자금세탁을 막겠다며 농협이 거래소들에게 이런 조건을 강제하고 있는데, 해당 거래소들은 농협이 아닌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은 거래소들로 투자자들이 옮겨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정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갑 주소를 입력하고, 코인을 보낼 거래소를 선택한 뒤 신분증과 함께 촬영합니다.
빗썸과 코인원 거래소에서 보유한 코인을 다른 거래소로 보내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최근 빗썸과 코인원이 화이트리스트 출금 방식을 시행하며 빚어진 불편함입니다.
화이트리스트란 코인 거래소에서 사전에 등록된 주소로만 코인을 전송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국내 4대 거래소 가운데 농협과 계약한 빗썸·코인원만 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농협이 거래소에 화이트리스트 시행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농협 측은 자금세탁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설명하지만,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기준보다 높은 농협의 요구에 투자자들이 이탈할까 우려합니다.
빗썸 등과 달리 업비트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코인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 (농협에서) 계약 조건으로 사업자 신고 수리 이후 60일 이내에 외부 입출금을 막아라. 그 조항을 넣은 거죠. 당국에선 아무 말이 없었는데 은행에서 이제 그걸…]
그렇다고 거래소에서 불만을 표출하긴 어렵습니다.
실명계좌가 없으면 우리 돈으로 코인을 사고 파는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없어, 사실상 영업 중단과 같은 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업계 5위권을 유지했던 `고팍스`도 특금법 시행 이후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자 거래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앞서 빗썸은 대면 인증을 하면 개인 지갑으로도 코인을 전송할 수 있게 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는데, 농협 측이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명계좌 재계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농협의 손을 놓을 수 없는 거래소들의 속앓이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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