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스페인 독감 등 감염병 대유행 선례를 보면 코로나19도 현 단계에서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전 세계에 유행한 인플루엔자를 소개하며 그 속성을 볼 때 코로나19에 `종식`이라는 말을 쓰는 게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1918년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에서 최소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명백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서 대규모 사상자를 내고 변이 때문에 특색이 다른 대유행을 수차례 되풀이했다는 점이 코로나19와 비슷하게 비치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1918년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에서 3차 유행과 함께 자취를 감췄지만 뉴욕,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에서 4차 대유행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 원인으로 대도시 보건당국과 유력 언론이 팬데믹 종식과 승리를 선언했다는 점을 들었다.
단적인 예로 미국 뉴욕타임스는 3차 유행이 물러가자 1920년 1월4일자 헤드라인을 "뉴욕이 53년만에 최상의 보건 상태를 맞이했다"고 뽑았다.
보건 당국은 이런 선전에 발맞춰 1919∼1920년 겨울에 방역 규제를 급속히 해제했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위험성이 약화해 저절로 사멸할 것이라는 인식이 그 배경에 있었다.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규제 완화가 섣부르다며 기고문을 언론에 보냈다. 그러나 이들의 경고는 헤드라인이 아닌 독자편지 형식의 눈에 띄지도 않는 방식으로 취급됐다.
정치인들은 일부 감염 사례가 새로 나오더라도 개인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부정했다.
미국 도시인들은 2년간 일상을 빼앗긴 것에 보복하듯 자유를 만끽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교회나 학교 폐쇄 같은 규제가 거의 모두 사라지자 실내외에서 떼로 몰려다녔다.
그 결과 교도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법원이 재판을 열지 못했다.
미국에서 스페인 독감 1∼4차 유행 때 숨진 이들은 67만5천명이었다. 청년 10명 가운데 1명이 죽고 당시 미국의 기대수명이 12년이나 단축된 대참사였다.
특히 피할 수 있던 것으로 여겨진 4차 유행기(1919년 12월∼1920년 4월)에 숨진 이들은 2차 유행기 다음으로 많았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방심과 참혹한 피해로 치달을 수 있는 팬데믹 종식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말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종식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1918년 인플루엔자가 아직도 남아 어딘가에서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코로나19가 사멸할 수 없으니 1918년 인플루엔자처럼 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본다.
앤 레이드 미국 국립과학교육센터 소장은 "세계인이 모두 결국에는 코로나19에 기본 면역을 갖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새 종류로 변이하더라도 사람들이 거기에 완전히 취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질병학자인 완양은 "현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박멸한다는 것은 실현할 수 있거나 현실적인 게 아니다"며 "코로나19와 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