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분쟁지역 독립 승인후 파병 지시…서방, 제재로 응수

입력 2022-02-22 06:46   수정 2022-02-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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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의 돈바스 분리독립 승인 강력 규탄…적절 조치할 것"
미국,EU 강력제재 착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내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조성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미국은 이에 반발해 신속하게 제재에 나서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행동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또 DPR, LPR 지도자들과 러시아·공화국들 간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에도 서명했다.

서명 후에는 국방장관에게 이들 두 공화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러시아군 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체적으로 이들 두 공화국을 수립했다.

이후 이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충돌이 이어졌고, 2015년 평화협정인 `민스크 협정`으로 대규모 교전이 중단됐으나 8년째 산발적 교전은 계속됐다.

이번 독립 승인은 러시아가 반군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길을 연 것이어서, 전운이 고조된 우크라이나에 전면적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키우는 결과가 된다.

미국 등 서방은 이 두 공화국 승인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반대해 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했고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한편 추가 조처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곧바로 서명했고, 이 행정명령은 두 공화국에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을 금지하고, 이 지역 인사들을 제재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가안보회의를 비상 소집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점검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3자 통화를 하고 대응책을 협의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해법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및 주권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U 역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맹비난하며 제재 등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강력 규탄 입장을 밝히고 "EU는 이 불법적 행위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역시 "평화적 해결 노력을 훼손하며 러시아도 당사자인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EU가 러시아의 이번 조처에 대해 제한된 범위의 제재를 부과하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면서 22일 구체적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금융, 국방, 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러시아 기업인과 개인을 제재할 규정 적용 입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시 추가 제재를 공언했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벌여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체 국가안보회의 개최 후 러시아 제재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유엔 헌장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할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발표된 조처는 러시아의 침공을 대비해 마련해온 신속하고 심대한 경제 조처와는 별개라면서 동맹, 파트너와 함께 다음 조처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군대를 대규모로 증강하자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제기하며 극도의 갈등을 빚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고 훈련을 끝낸 부대 철수가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이미 침공을 결심했다며 언제라도 공격이 가능하다고 경고해 왔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두 공화국 분리독립까지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까지 지시함에 따라 양측의 갈등 고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 군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영토내로 진입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국가들도 물리력을 활용해 이에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행동은 오는 24일 예정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주선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조처를 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군사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둔 정상회담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의 돈바스 진입이 새로운 단계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더 노골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은 탱크가 실제 굴러갈 때까지 외교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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