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취득시효 완성을 근거로 한 부동산 소유권 분쟁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20년만 채우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기본 요건 중 하나일 뿐,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등기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이에 그 부동산이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A씨는 이웃인 B씨로부터 담장을 철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마당에 들어와 있던 담장을 토지 경계로 알고 있었으나, 이웃인 B씨는 담장은 경계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본인 토지를 A씨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놀란 A씨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 입회한 상태에서 경계측량을 재실시 했다.
그런데 측량결과, 오히려 B씨 소유의 주택 건물 중 출입문과 담장이 A씨의 토지를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B씨는 본인이 진행하자고 한 토지경계측량 결과를 무시하며 경계표지점을 무단으로 훼손하기 시작했고, 경계점을 다시 표시하기 위해 방문한 A씨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결국 협박과 강압적인 B씨의 태도에 A씨는 본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토지인도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자신이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한 날로부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토지를 점유했고, 이에 따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A씨가 이 사건 시설의 철거 및 이 사건 토지의 인도를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 토지는 A씨 소유 토지 중 극히 일부이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곤란해지는 것도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자신을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하여 고통을 겪게 하려는 권리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가 20년간 점유하고 있었으나 시효완성 후 A씨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였기 때문에 점유취득시효 완성으로는 대항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등기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이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점유자는 그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다56495 판결).
권리남용행위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여야 하고, 객관적으로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데, B씨의 주장만으로는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A씨의 권리행사가 A씨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으며,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명경(서울) 김재윤 변호사는 “부동산 분쟁은 그 특성상 사안이 복잡하고 재산상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토지 소유주 변동의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경계침범 및 취득시효 분쟁 상황이 각기 다른 만큼, 타주점유가 인정되지는 않는지, 점유기간의 기산점을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토지에 기타 다른 변동사항은 없는지 등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던 중에 상대방이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라면 점유자가 그 제3자에게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 소유자 변동이라는 사실이 점유자의 종래의 ‘사실상태의 계속’을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분쟁의 이유가 워낙 다양한 만큼 대지 경계선 침범으로 이웃과 취득시효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다면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는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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