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하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3.1%로 무려 1.1%포인트나 대폭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었지만, 물가 전망치를 높여 잡은 만큼 미국 3월 기준금리 인상 폭 등 확인한 뒤 이르면 4∼5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기준금리는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해 0.75%로 확정한 후 10월 한 차례 `숨 고르기`한 바 있다.
이어 금통위는 11월과 올해 1월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 잇따라 올렸지만, 이날 동결로 사상 첫 `세 차례 연속 인상`은 피했다.
역대 금통위의 행보를 보면, 실제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상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아무리 물가 상승 압력이 크더라도 연일 사상 최대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는 코로나19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 회복세를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은 최근 이미 많이 오른 시장금리를 더 자극하고, 대출이자 인상으로 이어져 일반 가계나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키울 우려도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로 크게 올려잡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2.0%)보다 1.1%포인트 높은 것으로,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2% 중후반”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의 조정이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전망한 것은 2012년 4월(3.2%)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는 최근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인 물가상승률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불안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금통위 견해와 마찬가지로 3.0%가 유지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점차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 중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 경로보다 높아져 상당 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중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3%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예상보다 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보인다.
금통위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통위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 전개 상황,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성장·물가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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