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닷새만에 양측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교전은 계속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 주(州)에서 처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첫 번째 회담은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양측은 일부 합의가 가능한 의제를 확인하고 다음 회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비디오 연설을 통해 "협상단이 키예프로 돌아오면 우리가 들은 것을 분석할 것"이라며 "그리고 난 다음 두 번째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다"면서도 "일부 시그널은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회담은 며칠 내로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열기로 하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양측간의 교전이 치열하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애초 예상보다 진격이 더딘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높이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에서는 민간지역에 대한 포격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NBC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된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러시아가 거대한 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공폭탄은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주변에 있는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무기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가혹한 제제` 등에 대한 맞대응으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3대 핵전력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 모두가 함께 비상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은 핵전쟁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하며 사태가 핵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긴장 수위를 조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들이 핵전쟁에 대해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고, 영국 정부도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핵 태세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꺼내든 `핵 위협` 카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주의를 돌리고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낮 80여 분간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정상들과 다자 전화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핵 위협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 리스트에 올린 서방은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암호자산 압수 권한을 담은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 선박 입항 금지와 세컨더리 제재 등 대러 제재를 계속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지를 유지하며, 러시아가 긴장 완화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가혹한 대가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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