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파이터들, 금리인상으로 물가·석유파동 잡았다

전민정 기자

입력 2022-03-02 19:09   수정 2022-03-02 19:09

    <앵커>

    오미크론 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공급차질이 심화되고 에너지가격이 뛰면서 긴축 속도를 높였다간 소비둔화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과거에도 통화정책 수장들은 금리인상으로 오일쇼크와 물가급등 악재에 맞섰는데요.

    이 내용은 전민정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오랜 세월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와 싸우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해왔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뛰는 물가 잡기에 나선 거죠.

    미 연준도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던 때가 있었는데요.

    바로 1,2차 오일쇼크가 촉발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으로 고통받던 1970년대였습니다.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하이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해 10월 6일 토요일, 볼커는 지금의 기준금리 격이었던 연방기금금리를 15.5%로 하루 새 4%포인트나 올렸습니다.

    당시 언론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토요일 밤의 학살`이었죠.

    여러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률이 10%를 넘었지만 볼커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80년 12월 퇴임 전까지 기금금리를 22%까지 끌어올리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그 결과 취임 당시 14%가 넘었던 물가상승률은 3년여만에 3%대까지 낮아졌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치유에 성공한 겁니다.

    물가보다 금융위기나 경기침체와 더 싸워야했지만, 볼커 이후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등 역대 연준 의장들도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물가상승과 자산거품을 지독히 경계하는 매파 성향으로 `인플레 파이터`의 면모를 과시한 중앙은행 총재가 있었습니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였는데요.

    그는 취임 이듬해인 2007년부터 3년간 국제유가와 원자재값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순차적인 금리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을 3.3%로 묶었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자산가격 붕괴와 금융시장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볼커 전 의장도, 이성태 전 총재도 중앙은행의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선 정부와 맞서며 `독립투사` 역할을 자처해야만 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급격한 긴축정책은 실물경기 침체를 일으킬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펜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값이 뛰어올라 경기회복을 고려하면서 물가까지 잡아야 하는 2022년 현재.

    경제 원칙에 따른 통화정책 수장의 판단과 소신이 더욱 절실해 졌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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