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손실금액은 대부분 1천만원 이하
개미 투자자의 묘한 심리전
상장폐지는 주식 투자에서 가장 큰 재앙이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주식은 증권 시장에서 퇴출되며 그 가치는 말 그대로 폐지에 가까워진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겪게 되는 상장폐지. 과연 상장폐지를 경험한 이들의 투자 패턴은 어떨까.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은 와우넷 투자자 4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상장폐지를 경험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투자 패턴을 분석했다.
● 전체 투자자의 절반이 상장폐지 경험…"공격적 투자자"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량(50.1%)이 상장폐지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폐지 경험자의 성별은 남성이 61%, 여성이 39%를 차지했다.
주식투자 경력과 상장폐지 경험은 비례하는 흐름을 보였다. 상장폐지 경험자의 42.7%가 주식을 10년 이상 경험한 투자자였고, 5~10년이 19.7%, 3~5년이 18.6%, 1~3년이 14.6%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상장폐지 경험 집단의 투자 성향이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를 겪은 집단의 13.4%는 매우 공격적, 45.5%는 약간 공격적으로 응답했다. 반면 상장폐지를 경험하지 않은 집단의 투자 성향은 매우 공격적 8.5%, 약간 공격적 37.4%로 집계됐다.
● 상폐 손실금액은 대부분 1천만원 이하…"지인 추천으로 투자"
상장폐지를 경험한 투자자들의 손실금액은 대부분 1천만원 미만(53.7%)이었다. 이어 1천만~3천만원이 25.1%, 3천~5천만원이 11.2%를 차지했다.
상장폐지를 겪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은 투자 종목 선택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상장폐지를 겪은 집단은 기업공시나 차트 분석 등을 통한 개인적인 판단이 26.4%, 지인 또는 해당 기업 내부자 권유 22.1%, 온라인 정보나 언론 기사가 21.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장폐지를 경험하지 않은 집단은 기업공시나 차트 분석 등을 통한 개인적인 판단이 33.6%, 온라인 정보나 언론 기사가 31.7%를 차지했다. 지인 또는 해당 기업 내부자 권유는 4.9%에 불과했다.
두 집단은 주식 투자 기대 수익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상장폐지를 겪은 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폐지를 겪은 집단은 30% 이상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비율이 37.2%로 집계됐지만, 상장폐지를 겪지 않은 집단은 27.8%로 약 10%p의 차이가 났다.
● 이관휘 교수 "떨어질 때는 길게, 올라갈 때는 짧게…개미 투자자의 묘한 심리전"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 `쓰리고`는 개인 투자자가 왜 주식투자에 실패하는지, 왜 상장폐지를 겪게 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프로그램에 자문으로 참여한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의아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오래 보유하는 반면,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짧게 보유하다가 매도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손실회피`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경제적 선택을 할 때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100번 이익이 발생하고, 100번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을 훨씬 더 치명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매도하면 계좌에 손실이 확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장기간 보유한다. 반면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종목은 이익을 확정짓고 싶어 빠르게 매도하게 된다. 더 큰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손실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빠르게 주식을 처분하는 셈이다.
이관휘 교수는 "주식 계좌를 자주 열어볼 수록 `손실회피` 심리가 더욱 강화된다"고 분석한다. 그는 "주식은 숱하게 떨어졌다 올랐다를 반복한다. 주식 계좌를 빈번하게 살펴볼 수록 잃는 것이 커져 보인다"며 "나중에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이거 안 되겠다` `지금 팔아버려야겠다`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자주 쳐다보다 보면 조금만 주가가 올라도 이거를 팔아버리는 성향이 생기게 됩니다. 위험 회피적인 성향이 자주 쳐다볼수록 더 강화되는 거예요. 자주 볼수록 떨어지는 것만 더 쌓이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은 위험을 싫어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자기가 갖고 있는 위험은 그리 큰 게 아닌데 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 거기에서 그냥 팔아버리는 거죠. 이득이 난 건 바로 팔고, 손실이 발생 중인 건 안 파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게 `위험 회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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