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민간 시설 폭격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시장이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달라고 간청했다.
9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화상 메시지를 통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간청한다"며 "우크라이나 상공을 폐쇄해 달라"고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우리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조국을 지킬 의욕적인 군인과 관료들이 있지만, 지금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병원에서 벌어진 일은 순수한 악행"이라며 "이 전쟁 범죄는 처벌받을 것이고 가해자들은 지옥에서 불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행금지구역은 공습을 막기 위해 특정 지역의 상공에 지정된 항공기가 드나들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이를 위해서는 단속이 필요한데 서방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우려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지정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현재 마리우폴을 포위한 상태이며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마리우폴 당국은 지금까지 최소 1천170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이미 일주일째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리우폴에서 신생아 3천명이 의약품과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러시아군은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마리우폴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날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에서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며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에서 직원과 환자들을 내쫓고 전투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도 민간시설이 공격받고 있다.
키이우(키예프) 서쪽 도시 지토미르의 세르히이 수코믈린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화상 메시지를 통해 민간 시설과 화력발전소가 러시아군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전소는 지토미르 지역 발전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으며 난방 공급도 30% 담당하고 있다.
또 어린이병원 2곳의 유리창이 모두 파괴됐지만, 병원 내 모든 사람이 방공호에 피해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토미르는 전날에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아파트와 직물 공장이 파괴된 바 있다.
수코믈린 시장은 러시아 공군이 전략을 바꿔 매우 낮게 비행하고 있어 도시의 가로등을 모두 껐다며 "우리는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