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지속시 세계 GDP 4% 줄어들 수도"

입력 2022-03-10 11:0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전반에서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4%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규라는 러시아 석유를 신속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했으며 영국은 러시아산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은 이런 조처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꺼리고 있다.
사드 라힘 트라피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배럴당 100달러 뛰어오른 가격이 올해 내내 계속되면 글로벌 GDP에 3.5∼4%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재고와 유연한 생산 능력, 운송 등의 조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쇼크`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유가가 계속 치솟으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컨설팅업체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대표는 미국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로 이미 무섭게 오른 유가와 식품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상황이 악화하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석유 공급 중단으로 보복한다면 유가는 추가로 배럴당 20∼30달러는 쉽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원유)가격이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유럽과 중남미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나 미국으로 번지며, 결국 전 세계에 소비재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베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원자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주요 소비국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유가는 `미지의 영역`으로 깊숙이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말 선진국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당초 2.4%였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5% 부근까지 치솟을 수 있다. 유럽 가구의 구매력이 줄고 유럽에서 전략 배급 조치가 시행되면 유로존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산 원유도 수출길에 오를 수 있지만 실제 수출되기까지 몇 달은 필요하다. 미국 셰일 업체들도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나치게 높은 유가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미국의 증산 요구에 화답할지도 불투명하다.
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모인 OPEC플러스(OPEC+)의 합의와 월례 생산량 조정 메커니즘을 지킬 것이라고 수하일 알 마즈로이 UAE 에너지장관이 이날 트위터에서 밝혔다. 그는 "UAE는 석유 시장에서 OPEC+의 가치를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유수프 알 오타이바 미국 주재 UAE 대사가 증산을 원한다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그는 "우리는 증산을 선호하며 OPEC에 생산을 더 늘리는 것을 검토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트위터에서 말했다.
이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증산에 대한 기대감에 10% 넘게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15달러(12.1%)나 떨어진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브렌트유는 111.14달러로 16.84달러(13.2%) 급락했다.
한편 미국은 석유 공급 안정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몇 주간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중인 미국 인사들이 배후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원유 거래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8일 전했다.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과 수출 모두 7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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