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체험'했는데 매달 2만원씩 정기 결제…해지정보 '미흡'

# A씨는 2017년 12월 동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한차례 사용해본 뒤 추가 이용 의사가 없어 앱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후 28개월 동안 매달 2만2000원씩 총 61만6000원의 요금이 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고 동의없이 결제가 이뤄진 만큼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앱 사업자는 12개월 치만 환불해줬다.

# B씨는 2020년 10월 앱 마켓에서 사진·영상편집앱을 다운받아 각각 1회 무료체험을 한 뒤 이후로 이용하지 않았지만 2021년 4월 카드명세서를 확인하던중 영상편집앱 1년 이용권 4만원과 사진편집앱 월간 이용권 2900원이 매달 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씨는 곧바로 구독취소를 하고 고객센터에 잔여기간 환급을 문의했지만 환급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문서나 사진, 동영상 등을 제작·편집할 수 있는 정기결제 방식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SaaS 관련 소비자 상담 268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지 관련 불만이 50.4%로 가장 많았고 청약 철회가 20.9%로 그 뒤를 이었다고 15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SaaS 앱 30개의 표시·약관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무료체험이나 할인 내용은 강조하고 있지만 계약 해지 효과 등 중요 정보 제공에는 소홀했다. 30개 중 26개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청약 철회 방법을 표시하지 않았다.



또한 최근 1년간 소프트웨어 이용권을 정기결제 방식으로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3.9%가 착오 또는 실수로 원치 않은 정기결제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무료기간 내 구독 취소를 못함` 55.2%, `무료기간 종료 알림이나 결제 전 별도 알림을 확인하지 못함` 41.9%, `무료 체험의 의미를 착각함` 38.4% 등의 순이었다.

앱 이용약관의 절반 이상이 영어로 작성됐다는 점도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켰다. 조사대상 30개 앱 중 53.3%(16개)는 이용약관이 영어로 작성돼 있었는데, 이는 앱 개발사가 대부분 해외 사업자인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SaaS 사용자 지출액은 2019년 9621억원에서 2020년 1조1673억원, 2021년에는 1조3668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불만도 잇따르는 만큼 소비자원은 앱 마켓 사업자(구글·애플)에게 ▲결제·해지 관련 정보의 표시 명확화 ▲앱 이용약관의 한글 제공 ▲무료기간 종료에 대한 알림 강화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