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약 30년 전 구소련 수준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중앙아시아 연구원 막시밀리안 헤스는 "향후 5년간 러시아인들은 1990년대 수준이나 그보다 더 열악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1990년대와 같은 수준의 생활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왔지만 제재 여파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서방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 40% 하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내에서라도 루블화와 다른 외화간 환전을 당분간 중단했지만, 이미 루블화는 러시아 밖에서 가치는 사실상 없어졌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대형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해 자금의 해외 이동을 막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해 환율 방어를 어렵게 했다. 여기에 미국 등은 또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고 첨단 기술 제품과 사치재의 대러시아 수출도 통제했다.
러시아가 1억1천700만달러 상당의 달러 표시 채권 이자 지급 만기일인 오는 16일을 비롯해 향후 외화 국채 만기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서방 제재에 대응해 비우호국 채권자에 대해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했지만, 헤스 연구원은 계약상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이는 기술적으로 디폴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은행, 유명 회계법인, 스타벅스·맥도널드·포드·셸·비자카드 등 300여 개 유명 브랜드도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이들 기업 다수는 침공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러시아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재와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내년이나 5년 뒤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러시아 복귀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직 러시아 일반 국민들이 서방 제재의 효과를 완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실질적인 충격이 러시아에 닥칠 것이다. 의약품, 항공기 부품 등도 수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과의 배리 이커스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1990년대의 혼란을 끝내는 대신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권력에 도전하지 않기로 동의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이러한 사회계약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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