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러시아와 전쟁을 끝낼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새벽 공개된 녹화 연설에서 "러시아와 진행 중인 평화회담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계속되면서 더욱 현실성 있게 들리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혀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발언에 대한 해석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나토 가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자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수년간 나토의 문이 열려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해결된 영토분쟁이 있는 국가는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몇 주 동안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인식했고 중립국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해 안보 동맹으로 국가안보를 보장받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나토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물량·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정작 핵심 요구사항인 나토 가입에는 모호한 태도다.
러시아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자국 안보가 위협받는다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이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침공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이를 전쟁을 끝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로 했다면 휴전 앞에 놓인 큰 난제 중 하나가 풀릴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제로 휴전이나 종전이 이뤄지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관련한 이견 해소라는 더 큰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들어가면서 러시아에 적대행위 중단과 함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돈바스 지역의 독립 인정 등을 요구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4일 4차 평화회담을 개시한 이래 휴회를 거듭하며 사흘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처럼 영토 문제와 관련한 입장차가 상당한 까닭에 단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러시아 외교안보정책 전문가 도미틸라 사그라모소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양측이 `서로 괴로운 교착상태`에 들어서지는 않은 상황인 까닭에 현시점에서 평화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체면을 살리려고 일종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