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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로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연준 고강도 긴축해야"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

신인규 기자

입력 2022-03-17 13:31   수정 2022-03-17 16:10

    스티븐 로치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예일대 석좌교수 인터뷰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경계해야"
    "연준, 시장 예상보다 강력히 긴축해야"
    "푸틴 진정시킬 옵션은 중국"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최대 0.5%p 감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미국 경제가 고물가 국면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 로치 교수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보다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로치 교수는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코노미스트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꼽히는 미 경제학계의 거물이다. 해당 인터뷰 영상은 한국경제TV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기자>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한국경제TV의 신인규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우크라이나 위기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펴보도록 하죠. 러시아의 침공 후 시장은 유가와 기타 원자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 공급망 혼란이 얼마나 계속되리라 보십니까?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이하 스티븐 로치) :이 전쟁은 유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 수준의 유가가 계속된다면 올해 세계 성장률은 0.3~0.5%p 감소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은 0.5~0.75%p 증가할 것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해 더딘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
    방금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셨으니 추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리라는 전망에 관해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티븐 로치 : 스태그플레이션에 관해 제가 처음 글을 쓴 것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게재될 당시 제목이 ‘공급망 혼란으로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1970‘s stagflation is only one broken supply chain away)였을 겁니다. 저는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이를 염려해왔습니다. 이후 코로나로 인해 세계 공급망이 타격을 받고 실제로 병목 현상이 일어났죠. 2020년 중반, 강력한 회복과 함께 세계 중앙은행들의 경제 부양책으로 일어난 과잉 수요는 공급망의 취약성을 더욱 증대시켰습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40년 만에 처음 보는 속도로 끌어올렸죠. 이제 중앙은행이 할 일은 1979년 후반, 1980년 초반처럼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전보다 큰 규모로 긴축을 펼치는 것입니다.

    <기자>
    관련해 올해 하반기에는 공급망 제약이 여전할까요? 아니면 상황이 나아질까요?

    [스티븐 로치 :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현재 전쟁과 세계적인 석유 공급 혼란으로 인해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공급망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해외 생산지나 자원 공급처를 다른 국가로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문제 해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리라 생각합니다. 종국에는 나아지겠지만, 세계 공급망 혼란을 해소할 즉각적인 해결책은 없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러시아의 침공이 연준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까요?

    [스티븐 로치 : 네, 물론입니다. 연준은 이달 말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선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7.5%입니다. 곧 새 통계가 발표되겠지만, 현 유가를 고려할 때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날 기준 금리는 0%로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로금리일 때 인플레이션이 7.5%라면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실질 금리는 7.5%라는 뜻입니다. 이런 금리는 역사상 처음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도 없었죠. 조사에 따르면 실질 금리 마이너스 상황을 피하기 위한 가장 낮은 금리 인상이 5%였습니다. 현재 시스템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통화 부양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0.25%씩 금리를 다섯 번 인상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상황이 아닙니다.

    중앙은행은 성장률, 즉 과도한 총수요 증가율을 낮추고, 실질 금리를 플러스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명목 금리는 인플레이션보다 높아야 하는데 현 상황의 괴리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따라서 연준은 시장의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와일드카드로서 더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일단 이 전쟁이 끝나면 연준은 그 격차를 만회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
    좋습니다. 만약 상황이 여기서 더 나빠진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과 자산 시장의 침체 위험을 감수하는 것, 이 두 가지 옵션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까요?

    [스티븐 로치 : 경제 침체는 연준이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공격적 정책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1970년대 연준에서 근무했었는데, 1979년 8월에는 폴 볼커가 의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당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경기 침체를 원한 적은 없었지만, 수년간의 통화 부양책 이후 급격한 통화 긴축은 경제 침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그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있었던 거죠.

    파월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의 심각성과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작년 초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곧 낮아질 것이라고 오판했음을 인정한 바 있죠. 그때는 별다른 조치가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견해가 바뀌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각하고 지속적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1년 전보다, 그리고 현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 인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기자>
    답변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중국은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스티븐 로치 : 세계 경제는 차치하고, 세계를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는 바로 전쟁을 끝내는 것입니다.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음에도 푸틴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 중입니다.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꿔 제재 때문에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죠.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보다 영향력이 더 큽니다.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때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협정을 인용하면 `양국 간의 무제한 협력’을 약속하는 내용이었죠.
    푸틴이 권력을 유지하려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만약 중국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푸틴은 심각한 압력을 받을 겁니다. 따라서 중국은 푸틴이 이 끔찍한 갈등을 끝내게 할 중요한 영향력과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자>
    중국에 관해 질문을 하나 드려야겠습니다. 중국 경제가 실물자산 문제 등으로 시장 기대치 이상 급락할 경우, 미국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스티븐 로치 : 저는 올해 중국 경제는 괜찮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자>
    올해는 괜찮다고요?

    [스티븐 로치 : 이 전쟁이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정부 목표인 5.5%는 합리적이라 봅니다. 한국과 전 세계가 그러하듯 중국도 세계 경제에 여전히 민감합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든 다른 지역이든 간에 글로벌 쇼크의 위험을 해결하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최선입니다. 전쟁 이외의 다른 이유로 중국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세계 경제 또는 중앙은행들의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경제가 정말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봅니다.

    <기자>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러시아 주식 시장이 재분류되면서, MSCI 신흥 시장 인덱스에서도 편출됐습니다. 이는 다른 신흥 시장, 특히 아시아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스티븐 로치 : 특정 시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통화와 주식 시장 위험도 마찬가지고요. 공식 발표 전에, 이미 러시아가 MSCI와 같은 광범위 시장 지수에서 제외될 것을 예상했을 것이므로, 충격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러시아가 국가 부채 채무 불이행으로 끝나는 경우 다른 일부 신흥 시장에 부수적 피해의 위험이 커지며 현재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의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곧 예일대에서 뵙고 다시 인터뷰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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